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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매서운 겨울 골목길에는꼬마들이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저녁 푸른 종소리가 날 때 까지 했었다언 손이 빨개도 추운 줄 몰랐던 때였다집 앞에 내 키에 두배 반 높이 되는 낭떠러지가 있었는데 난 하염없이 거기서 놀기를 좋아 했다뛰어내리고 다시 돌아서 올라가고뛰어 내리고 또 뛰어 내리고..그 땐 내가 무척 가벼운 몸이라쿵하는 소리도 안들렸다김장하는 날푹 절인 김치에 바로 버무린 아삭한 무채를엄마가 고무장갑낀 채로 내 입에 넣어주면떨어질 새라입을 쫙 벌려 하나도 흘리지 않고먹었던 날이 있었다입안이 슬슬 쓰리며 매운맛이 돌아…
윤문영옛날에 우리동네엔 무당집이 있었다.나무 대문를 열면 삐끄덕 소리가 났는데나는 그 문을 아무도 없을 때항상 빠끔히 열어 본 기억이 있다.문 틈 사이를 보면마당에 한아름햇살이 앉아 졸고 있었다.풀 포기 하나 없었던 마당이었다.굿을 할 때는파랗고 빨간 유채색이 모여사람이 득실 되었는데굿이 없을 때는돌맹이만 굴러다니는인기척 조차 없었던 곳.그 사이의 몽연한 술픔이뭉게 뭉게 피어 올랐다는 생각이난다.찬연한 유채색과공허하기 까지한 잔잔한 햇살의마당난 그 때 부터 무당이 주는아련한 슬픔 같은 것을그 마당안에서 발견 하였는 지 모르겠다.아지…
두 남녀는 짜장 하고 탕수육을 시켰다언뜻 보기엔 구두쇠 작전 같지만아주 알찬 주문이다보통 각자 하나씩 시키는데분명 남기기 때문이다남자가 알차다한 3인분은 될 법한 탕수육이산처럼 싸여있기 때문이다남자는 짜장면을 여인에게 나눠준다소스도 듬뿍 퍼 준다여인은 얼굴에 묻을 것을 잔뜩 염두에 두고짜장면을 갈기 갈기 여러번 자른다.푹 십자로 두어번 긋고 마는 우리랑은 다르다.과연 입가에 하나도 묻지 않고 오물 오물 먹을 수 있다.아항이제 첫 만남에는 십자 말고 갈기 갈기 여러번 짜르는 걸로 ..그러나 저런 첫 만남은 언제였을 까.일어서고 나오는…
우리자녀들의 꿈 찾기_ 캐나다에서 공직자로 살아가기.홍태화(아동 가족부 근무Social Worker)정주현(대중교통 경찰)박찬홍(소비자보호청)이요한(비씨주 감정원근무)강형욱(캐나다 해군 소령)이경민(서비스 캐나다근무)6분의 패널이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서 자리를 한 오늘의 공감 토크는 밴쿠버 영사관의 직원 여러분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참가자들이 함께 해서 열기가 뜨거웠다.6650 Southoats Crescent, Burnaby에서 진행된 오늘 행사는 얼마전에 밴쿠버로 부임한 정병원 밴쿠버 총영사님의 인사말과 함께 진행자가…
마음이 체했다음식에 체한 것은 약국에 가겠지만마음이 체했을 땐 어디로 갈까돌아다녔다마음의 약국은 어디 일까.뒷 골목을 돌아 다녔다소화 시키느라너를 소화시키느라뒷 골목은 한참이나 멀다가을은 높이 솟구쳐 오르는데낮아만 가는 마음에쳇기가 스르르구름 되어 흐른다
밴쿠버를 사로잡은 K팝 열풍한국 음악 시장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연예 기획사와 아티스트들의 목표는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북미에 진출해 성취를 거두는 것이었다. 일본, 대만, 중국,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진출은 비교적 수월했지만 문화적인 차이가 큰 캐나다와 미국 같은 국가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까마득한 숙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8년 현재, 무엇이 이토록 북미 인구를 K팝에 열광하게 만들었을까.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자리 잡은 1,2세대 K팝 그룹들은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현지 작곡가 또는 안…
20 대 때 생일은 아무한테도 말해 주지 않았었다그런데 그 애가 어떻게 알았는지 당최 알수가 없었다그 애는 바로 일하다 나온 노동자의 모습으로다짜고짜 나오라고 하더니묽은 커피가 있는 다방에 들어가서보름달 같이 큰 동그란 원의 카스테라 빵을주섬 펼치어 보였다그러더니겨울바람이 묻어 있는 회색 잠바 주머니에서큰 흰 초를 꺼내 보름달 빵가운데에 턱 하니 쑤셔 넣었다그 애는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희끄무레 웃더니하얀 겨울 사이 입김같은 얼굴로불어보라고 했다큰 초니까 이십살은 넉끈하게 채워 줄 듯 싶었다그의 얼굴예는 오직수박 덩어리 같이 둥근 순…
어린 날매서운 겨울 골목길에는꼬마들이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저녁 푸른 종소리가 날 때 까지 했었다언 손이 빨개도 추운 줄 몰랐던 때였다집 앞에 내 키에 두배 반 높이 되는 낭떠러지가 있었는데 난 하염없이 거기서 놀기를 좋아 했다뛰어내리고 다시 돌아서 올라가고뛰어 내리고 또 뛰어 내리고..그 땐 내가 무척 가벼운 몸이라쿵하는 소리도 안들렸다김장하는 날푹 절인 김치에 바로 버무린 아삭한 무채를엄마가 고무장갑낀 채로 내 입에 넣어주면떨어질 새라입을 쫙 벌려 하나도 흘리지 않고먹었던 날이 있었다입안이 슬슬 쓰리며 매운맛이 돌아…
가을의 깊이가 점점 옅어지고겨울이 바락 바락 대들고 있다겨울이 올 때 즈음이면어린날의 겨울 만한 추억도 없다연탄불 때는 노란 장판은 숯 더미처럼 검은 멍이 들어있다검은 때가 가시지 않은 발이 이불을 밀면서 쑤욱 쑤욱 들어가고아침이면 간신히 기어나오건 한다겨울 한 마당엔 짱짱한 추위에 서리가 얼키설키 춤추고 있다간밤에 세수하다 추워 후다닥 들어 가는 바람에하루종일 놀다 들어온 사내 녀석의땟구장이 얼굴 헹구다 남은 세숫대야에는검은 세숫물이 얼음되어개구쟁이 처럼 아침이 벙긋이 웃는다어린 날의 겨울은 이렇게 아침이 제격이다지금은 너도 너도…
단풍은 미스테리다우울한 사람이 보면 우울하고낭만적인 사람이 보면 울긋 불긋 아름답다울긋 불긋단풍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새 삶을 산다바닥에 떨어지는 퇴적분이새 삶을 위해 태어난다 고요히단풍은 떨어지기 직전 힘껏 솟아 올라하늘을 본다나무에 매달려 살아온 생에깊이 키스 하고 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