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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버나스는 내가 캐나다에 이민온 시간으로 이야기를 거슬러 가야 하는 인연이 있다.1995년 한국에서 어린 쌍둥이들을 데리고 물설고 낯설은이곳 밴쿠버로 이민을 오게 되었는데 비행기에서 분유를 타기위해 스튜어디스한테 몇번 말해서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다 나중엔 내가 준비 스테이션으로 가서 분유탈 따스한 물을 가져오고, 아이들이 울어서 우리 2명의 의자에 엊갈리도록 눕혀서 재우고 우린 서서 오는 시간도 많았던 그때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밴쿠버 공항에 내리니 김포공항보다도 훨씬 작아서 시골 구석에 온 느낌이었던 그 시절이 밴…
방금아니 계속 당신을 생각 했어요생각 만으로는 부족해요그런데 무엇을 해야 할까순간이 모여 영원이 되고영원을 쪼개 당신에게 갑니다그러다 보면 영원 안에 있는 내가가만히 숨쉬고 당신을 기다립니다가슴이 벅차다는 것은당신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순간을 만질수 있다니가슴이 뛰는 것을 만질수 있다니당신이 그렇게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은 그렇게 호락 호락 하지 않다언제 그렇게 나만 두고 갈수도 있고나는 따라 갈수도 없다나는 그대를 따라 가고 싶지만여기 이 자리에 붙박혀 있다생은 혼자 멀리 가고나는 남아야 한다마저 나의 일과를 마쳐야 한다나는 여기서 나무하고 새하고 훍하고 산다떠나가는 것은 큰 생명이다작은 생명은 나하고 산다우리는 큰 것을 버리고 작고 소담한 것을 찾아야한다작으나 소담하게 덮힌 아랫목의 스댕 밥 그릇 처럼그 옛날 어머니의 사랑그것만이 우리에게 필요한 작은 위로이고작은 생명을 유지 시켜 준다큰 우주는 필요없다작은 나의 우주여오로지 나의 작은 생명이…
정이란따듯한아랫목이다검정자욱드러워져있는아랫목에묻혀져있는어렸을적작은밥그릇이다학교갔다오면막내딸먹으라고묻혀진밥그릇그때는시큰둥하게쳐다만봤던밥그릇소복하게담겨있는스댕밥그릇은따듯한온기로마음을녹여주고옆에는무국이고기와함께놓여있다어머니의정성이지금은정이다이제는찾을수없는하얀정성하늘같은정성그것은정이다그리워도그리워도지워지지않는정은그렇게세월이흘러도한비석처럼오롯이존재해산다
윤문영인정 하고 받아 들이는 소리그릇에 물을 담는 소리악기가 아닌 또 다른 음악산새에 시냇물 소리하늘가에 새가 날아가는 소리평화가 들판에 내려 앉는 소리마음이 고요히 내려 앉는 소리생각이 다닥 거리지만 희석되어아무 것도 생각치 않는 소리그 사이에 ,아름다운 소리 , 침묵이 들린다아무 것도 들리지 않은 가운데,흐르는 강물 같은 소리 들린다태양 한 가운데 에서깊고 넓게 그윽하게 펴져우산처럼 나를 덮는소리햇살에 자잘하게 쪼개진다
산 위에서 종이를 버린다는 것은외로움을 버리는 일이다무심코 주머니 속에서헤매며 있는 종이를 외로움을 버리 듯 버렸더니그 종이흙속으로 파묻히지도 못하고냇물 위에 조각배 처럼 둥둥 떠 다닌다흙이 될 수도 없고나무가 될 수도 없고바람이 될 수도 없다파란 종이가 어느덧 더 큰 외로움이 되어지상을 떠도는 것 아닌가산 속에서 종이를 버리지 말라아무리 외로워 도 종이를 버리지 말라차라리 한숨을 ..날아가는 파편을 ..버리는 것의 자유로움 때문에아무것이나 버리지 말라오늘 산 속을 가면서주머니 속에 버릴 까 말까만지작 거리다가 못 버린 꼬깃한 종이…
윤문영아프다는 것은밑바닥이 어떻게 생겼냐는 것이다미처 잊고 살았던내 생명의 원천몸의 흐름과 마음의 흐름이 막히고서야가장 중요한 밑바닥을 본다아프다는 외침은생명,흐르는 사랑 , 재미, 유모, 관계가 덧없이 텨져 내렸을때이다저 진흙탕과 함께 흘러내리는 뚝막을뚫고 흐르는 냇물 같은 덧없음 ,아프다는 것은 참 나쁜 것이 아니다옳지 않은 것도 아니다아프다는 것은 물론 좋은 것도 아니다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받아 마셔라아픔을 알알이 세고그 수 만큼 일어나 춤을 추어라아픔 에게도 위로를 해주자
오랫동안길을 걷고 싶다길을 가다가 길 끝이 나와도 또 돌아가리라길이 안 보일 때 까지 걷고 싶다걸을 걷는다.몸에 남아 있는 필요없는 노폐물이 맑게걷혀 진다어렸을 적 저녁 어둠이 올 때 까지 걸었던 적 이 많았다그러고 보면어릴 때 부터 걸음은 나의 유일한 친구 였던거 같다한없이글을 쓰고 싶다속에 쌓여 있는 체험 경험 무용지물한 생각들이다 먹고 남아 있는 음식 쓰레기 같이 마음에 둥둥 떠 있다글을 쓴 다는 것은 한 자 한 자 나를 뱉는 일이다그러나 비단 글 뿐이랴누구는 커피를 마시며혹자는 유화를 그리며그녀는 뜨개질을 하며그는 못질을 하…
봄에는희디 흰 맨 발로슬리퍼 신고햇살에 끌려 나가고 싶다맨 발은 햇살에 부딪혀밝게 빛날 것이다봄에는 헛 구역질 날 때 까지햇살을 먹고 싶다햇살을 토해 내어도더욱 빛나는봄봄에는아무렇지 않게 생긴 친구와과일 나무 아래서오래도록 수다를 떨고 싶다하나도 수고 하지 않아도 흘러나오는말 말 말우리는 가끔씩 하늘을 보고지지 배배 우는 종달새는우리를 기울일 것이다봄에는가벼운 몸짓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자유풍선빈 그리움신겨지지 않은 맨발 에대해서 얘기 하고 싶다그리하여봄의 햇살이얼마나그윽하게 단순 한 지얘기 하고 싶다
그녀는 인디안 여자다얼굴이 거무스레 하고입술은 두텁다그녀는하고 싶은 말이 없다어쩌다 말을 하면 올라잍(all right)어떠다 입에 풀냄새라도 날거 같아말을 시키면 올라잍할 말이 전혀 떠오르지 않은그녀의 검은 얼굴에는 둥둥 떠다니는무엇이 있다구름같이 떠 다니는먼 옛날의 사냥하던 추장의 모습이 있다걸을 때 한치의 앞을 못 보고떠듬 떠듬 걷는다그녀는 절대 넘어 지지 않는다그녀는 자연이다그녀는 누가 밀면 영락없이 넘어진다그녀는 그냥 넘어진다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그녀에겐 더 힘이 든다그녀는 인디안 여자다검은 얼굴에 둥둥 떠다니는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