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욕하다보니 속이 후련…시청률 22% ‘펜트하우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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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10 02:00 조회1,07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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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인기 비결
‘아내의 유혹’으로 막장극 신기원
김순옥 작가 적나라한 심리 묘사
부동산으로 계층 나뉘는 세태 반영
서울대 욕망 ‘SKY 캐슬’ 표절 논란
부동산 투자회사 제이킹 홀딩스 주단태 회장(엄기준)이 100층짜리 헤라팰리스 건물을 올리게 된 것도, 오윤희가 계급 이동의 사다리를 타게 된 것도 모두 부동산 덕이다. 돈 냄새 하나는 귀신같이 맡는 주 회장은 재개발 발표 전 부지 매입 등을 통해 재산을 증식해갔고, 해당 정보를 얻게 된 오윤희도 돈방석에 앉는다. 자격증 없는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하며 목돈을 만져보기는커녕 푼돈도 떼이기 일쑤였지만 펜트하우스 안주인 심수련(이지아)의 도움으로 상류사회 입성을 향한 발판 마련에 성공했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최대 화두가 된 부동산 문제와 맞물리며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일 방송된 13회 시청률은 22.1%.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의 전작 ‘황후의 품격’(2018~2019) 최고 시청률(17.9%)를 훌쩍 뛰어넘었다.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위험 수위를 오르내리는 선정성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김순옥 작가는 사람들의 욕망이 무엇인지 동물적으로 포착해낸다. 층수에 따라 위계질서가 정해지는 헤라팰리스는 상승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라는 윤석진 교수(충남대 국문과)의 평처럼 극 중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해 종편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JTBC ‘SKY 캐슬’(23.8%)이 자식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려 갖은 노력을 기울인 엄마들에 집중했다면 ‘펜트하우스’는 서울대 음대 프리 코스인 청아예고 성악 전공 학생들과 이를 후방 지원하며 대리전을 펼치는 사모님들의 심리를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일단 막장의 세계에 발 디딘 것을 인정하고 나면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응징을 당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단 얘기다. 심수련이 헤라팰리스에서 살해된 민설아(조수민)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에 가담한 사람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면, 민설아가 미국 입양 가정에서 만난 오빠 구호동(박은석)이 등장해 심수련을 괴롭히는 식으로 새로운 ‘빌런’이 등장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과거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 선악 구도를 명확하게 나눴다면 ‘펜트하우스’는 모두가 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 변화를 반영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매회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희로애락이 골고루 들어있는 드라마가 코로나 블루로 억눌려 있는 감정을 터트려주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진 교수는 “나도 저렇게 상류층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과 저렇게 막살고 싶지는 않다는 양가성을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욕망에 휘둘리는 사람들을 보며 천박하다고 욕하면서도 내 삶이 저것보다는 낫다는 도덕적 우월성을 느끼게 한다”는 것. 시청자들이 천서진보다는 심수련이나 오윤희의 복수에 더 공감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SBS는 ‘펜트하우스’ 시즌 1은 21부작으로 종영하고 시즌 2와 시즌 3은 각 12부씩 금토극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매회 흉기가 등장할 만큼 폭력적인 장면이 이어지면서 4회부터 시청등급을 19세 이상 시청가로 상향 조정한 후에도 방송 통신심의위원회로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SBS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긴 호흡의 주말극과 일일극에서 활약한 김순옥 작가를 미니시리즈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극을 더 센 자극으로 덮고 모든 사건을 흑백논리로 단순화해 접근하는 이야기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지상파 PD는 “김순옥 작가가 쓴 극본보다 주동민 PD의 연출이 훨씬 더 자극적이어서 매회 심의에 걸릴 만한 장면을 자르는 게 일이라고 들었다”며 “시청률만 높으면 뭐든 용납된다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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