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소품처럼, 장난감처럼…드라마, 클래식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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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7-22 03:00 조회1,0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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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판사’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무브 투 헤븐’ 베토벤 월광 등
드라마 음악 퀄리티 점점 높아져
국내 연주자 참여는 아직 낮은 편
드라마가 클래식을 입었다. 6회까지 방영중인 tvN ‘악마판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지난 5월 종영한 tvN ‘빈센조’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유명한 몇몇 곡의 기존 음원을 삽입하던 수준을 넘어 각종 편곡으로 극 분위기에 맞추는 등 음악의 퀄리티도 높아지는 추세다.
드라마 ‘악마판사’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왈츠씬에 맞춰 3박자로 편곡해 사용한 정세린 음악감독은 “기존의 왈츠곡보다 묘한 감정, 강렬한 주제가 잘 들리는 곡이라 골랐다”며 “판사 강요한의 계략 테마곡으로, 여러 버전으로 편곡해 극 중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곡은 체코 현지의 체코국립관현악단을 섭외해 녹음했다.
드라마 4회에서 상습폭행으로 태형 30대를 선고받은 아들(영민)의 형 집행지휘서를 받아든 차경희 장관이 괴로워하는 장면에는 에릭사티의 ‘그노시엔느’가 깔린다. 정 감독은 “비틀린 정치적 야망과 모성애, 태형장으로 끌려가는 영민의 두려움과 태형집행장의 기묘한 느낌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너무 낯선 곡은 효과가 없고, 너무 알려진 곡도 재미가 없다”며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싶지만 제목은 잘 모르는 클래식을 장면과 잘 맞춰, 분위기를 휘감아 끌고가는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클래식이 드라마의 소품처럼, 장난감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tvN ‘빈센조’다. 주인공 빈센조(송중기)의 테마곡처럼 쓰이는 바흐 ‘샤콘느’는 빈센조가 이탈리아에서 마피아들을 죽이고 탈출하는 장면에 처음 등장해 비장하게 쓰이지만, 이후 빈센조와 관련된 온갖 사건에 10초씩 짧게 쓰이며 우스꽝스러움을 더했다.
최근 ‘영화같은’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클래식의 쓰임새는 더 많아졌다. 정덕현 평론가는 “전반적으로 연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드라마 음악의 퀄리티도 같이 높아지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요즘엔 드라마도 영화같은 필름 질감의 화면이 많아서 클래식을 삽입할 경우 잘 어울리게 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 비용이 커지면서 음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올해 국내 콘텐트 제작비로 5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는 등 OTT발 제작비 확장이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tvN 관계자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도 음악 작업의 중요도가 높아져서, 총 제작비 증가분보다는 적지만 음악 제작비도 꽤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드라마의 클래식 활용이 늘고 있지만 국내에 드라마 음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클래식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는 많지 않다. 드라마 ‘악마판사’의 음악을 체코국립관현악단이 연주하게 된 이유다. 반면 독일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은 지난 6월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스타 연주자들을 데리고 한국 드라마 OST를 클래식으로 연주한 음반을 따로 발매하기도 했다. 한정호 평론가는 “국내 연주자들의 기량으로 영화·드라마 음악에 참여한다면 존 윌리엄스, 히사이시 조 같은 음악이 나올 수도 있는데, 아직은 벽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간 음악에 대한 투자가 적어 국내 연주자들 관심이 적었지만, 점차 투자가 늘어난다면 고퀄리티의 드라마 음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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