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유관순·봉오동전투·세종대왕…새해 스크린 화두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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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01 22:00 조회1,17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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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포함해 올해 개봉하는 총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한국영화는 ‘기생충’ ‘남산의 부장들’ ‘전투’ ‘뺑반’ ‘엑시트’ ‘사자’ 등 8편 안팎. 유독 대작이 많이 나와 상당수가 흥행에 실패한 지난해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면 지난해 중·저예산 영화들이 거둔 예상외의 성공에서 보듯, 다양한 장르를 다채롭게 변주하려는 시도는 올해에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 중 사극은 퓨전물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역사적 의미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 허진호 감독의 ‘천문:하늘에 묻는다’와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에 더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독립투사 유관순(고아성 분)의 생애를 담은 ‘항거’(감독 조민호), 대한독립군의 봉오동 전투를 담은 유해진·류준열 주연의 ‘전투’(감독 원신연) 등이 잇따른다.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1970년대 정치공작을 주도한 중앙정보부 부장들을 그린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과 우민호 감독이 ‘내부자들’ 이후 다시 만난 작품. 70년대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대선 뒷얘기를 다루는 ‘킹메이커:선거판의 여우’도 있다. 범죄액션물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과 설경구가 다시 뭉쳤다.
새로운 장르물로는 오컬트가 눈에 띈다. ‘클로젯’은 아내가 죽고 딸이 실종된 아빠(하정우 분)가 퇴마사(김남길 분)와 함께 비밀을 파헤치는 얘기.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 신작 ‘사바하’는 이정재·박정민이 주연을 맡아 신흥종교에 관한 초자연적 사건을 다룬다.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이 다시 만난 ‘사자’는 아버지를 잃은 격투기 선수(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안성기 분)를 만나 악과 대결한다.
코미디의 강세도 예상된다. 코믹 액션 로맨스 ‘내안의 그놈’, 코믹 수사극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이 1월에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재가 이어진다. 동물과의 초현실적 교감이 등장하는 ‘미스터 주’, 폐업 직전의 동물원이 배경인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를 비롯해 차승원 주연의 코믹 여행기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백), 신하균·이광수 주연의 독특한 우정 얘기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가 등장한다.
범죄·액션 등 낯익은 장르도 새로운 소재와의 조합이 두드러진다. 아들의 실수로 정치인생이 위기에 몰린 도의원과 피해자 아버지로 한석규·설경구가 주연하는 ‘우상’은 ‘한공주’를 만든 이수진 감독의 신작. 정우성·김향기 주연의 ‘증인’(감독 이한)은 살인 용의자의 변호사와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휴먼 법정극이다. 문소리·박형식 주연으로 국민참여재판 실화를 재구성한 ‘배심원들’, 화류계 종사자들이 법 위에 있는 권력자에 맞서는 ‘양자물리학’도 있다.
액션 대작 역시 색다른 소재가 두드러진다. 1월에 개봉하는 ‘뺑반’(감독 한준희)은 레이서 출신 스피드광 사업가(조정석 분)를 뒤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활약상을 그린다. 조정석·윤아 주연의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재난 액션에 청년 백수 등 현실적 문제를 결합한다.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은 목포 최대 조직 보스(김래원 분)가 국회의원에 출마해 세상을 바꾸는 웹툰 원작 ‘롱 리브 더 킹’으로 돌아온다.
새해 영화계에서는 지난해처럼 대작 혹은 대목 위주의 흥행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뚜렷하다. 제작사·투자배급사 관계자들은 지난해를 두고 “연간 관객 수가 2억 명대에서 정체한 가운데 여러 대작들의 개봉 시기가 한정된 성수기 시장에 몰려 무리한 경쟁을 했다” “몇 년간 고예산 영화의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100억대라기엔 함량미달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기도 했다” 등의 자성을 내놓고 있다. 반면 영화 다양성 면에서 지난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수년간 범죄 스릴러 일색이던 한국영화가 다시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며 “한국영화 시장이 외면적으론 위축됐지만, 내용과 장르적 다양성에선 청신호가 보인다”고 강조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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