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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더 빠르게 더 강하게…한국 좀비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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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11 22:00 조회1,0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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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킹덤’. 서구에서 탄생한 좀비 액션 장르를 조선시대 배경에 녹여 새롭게 만들어냈다. [사진 넷플릭스]

“할리우드 좀비물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대 이상의 슬리퍼히트작이 탄생했다.”
 
조선판 좀비 사극 ‘킹덤’(대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에 대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평가다. ‘킹덤’은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선보인 6부작 한국 드라마. 탐관오리의 횡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역병에 걸려 사람을 물어뜯는 괴물, 즉 좀비가 된다.
 
해외에선 조선의 시대상을 결합, 서구에서 시작된 좀비 장르의 법칙을 혁신한 여러 시도가 신선하단 호평이 잇따른다. 양반들이 “신체발부수지부모” “삼대독자” 운운하며 좀비가 된 자식의 시체를 불태우길 거부하거나, 좀비들이 낮이면 한옥의 낮은 툇마루 밑이나 숲속의 바위 아래 틀어박힌 장면은 여느 좀비물에서 보지 못한 것이다. 미국 잡지 포브스는 이런 좀비들이 “뱀파이어같이 독특하다”면서 “(미국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이라 추천했다.
 
조선시대를 구현한 미술과 의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왕비의 거처인 교태전 등 극 중 공간과 한복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해외 팬들의 소셜네트워크에선 다양한 갓과 관모가 화제가 돼 ‘킹덤’의 연관검색어로 모자(hat)가 뜨기도 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킹덤’의 성취에 대해 “한국, 조선의 풍경을 해외에 인식시켰다는 것이 제일 크다. 100개 이상 국가에서 자막과 더빙판으로 한 번에 화제를 만드는 성공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3년 전 큰 성공을 거두며 좀비를 친숙하게 만든 재난 영화 ‘부산행’. [사진 각 영화사]

한국을 새로운 ‘좀비 명가’로 주목하는 시선도 생겨났다. 3년 전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전 세계 160개국에 개봉, 한국을 포함해 약 1600억원의 흥행수입을 올린 이후 한국산 좀비 블록버스터가 또다시 통했단 점에서다. 콘텐츠판다 이정하 팀장은 “지난해 영화 ‘창궐’은 ‘부산행’ 회사(투자배급 NEW)의 조선판 좀비물이란 사실만으로 완성본을 보지도 않고 구매 계약한 해외 바이어가 많았다”고 전했다.
 
‘킹덤’을 비롯해 ‘부산행’ ‘창궐’ 등 한국 대작 속 좀비는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고 액션에 능한 것이 공통점. 이는 흔히 ‘한국형 좀비’의 특징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좀비영화의 시초로 꼽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감독 조지 로메로)에서는 좀비들이 지독히 느렸다. 이 영화는 무덤에서 되살아난 좀비들이 인간의 살점을 뜯어먹는다는 잔혹한 묘사로 공포를 자아내는 한편 좀비에 물리면 좀비가 된다거나, 영혼 없는 좀비 떼와 공권력의 진압 방식에 대중의 무의식이나 부조리한 시대상을 빗대는 등 좀비 공포물의 뼈대를 세웠다.
 
좀비가 뛰기 시작한 건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28일 후’(2002)부터. 한국형 좀비가 이를 차용한 데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흥행 부담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로 좀비라는 별난 소재를 다룬 만큼 최대한 관객에 친숙한 방식으로 이끌어가야 했다. 흐름이 빠르고, 액션이 주가 돼야 했다.” ‘부산행’ 개봉 당시 연상호 감독의 말이다. 한국에선 낯선 좀비 소재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한국형 좀비의 색깔로 자리 잡은 셈이다. ‘킹덤’의 김성훈 감독은 “한국 분들은 이야기의 빈틈에 더 냉정하다”며 “‘킹덤’은 좀비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서사와 액션의 쾌감을 더하려 신경 썼다”고 말했다.
 

양배추 먹는 채식 좀비(정가람)가 나오는 새 영화 ‘기묘한 가족’. [사진 각 영화사]

좀비물이 친숙해지면서 색다른 시도도 나온다. 1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은 충청도 시골 마을에 좀비가 출몰하는 소동극. 좀비가 케첩 뿌린 양배추를 즐겨 먹거나, 좀비에 물린 마을 노인들이 회춘하는 등 독특한 설정을 펼쳐낸다. 좀비와의 로맨스도 싹튼다. 이 영화의 윤황직 특수분장실장은 “가족 관객 타깃인 만큼 좀비 분장을 혐오스럽지 않게, 캐릭터 상황에 따라선 컬러렌즈나 보형물을 이용해 더 신비스럽고 잘생겨 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좀비 떼를 단골로 맡는 배우들도 생겨났다. ‘기묘한 가족’의 좀비 움직임을 지도한 이태건 안무가는 “몸을 잘 쓰는 분들이 유리하다 보니 같은 시기 촬영된 ‘창궐’에 동시출연하거나 ‘부산행’을 찍고 오신 분들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행’에 이어 ‘킹덤’의 좀비 움직임을 디자인한 전영 안무가는 “해외 좀비물은 힘든 동작을 흔히 CG(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하는 반면, 한국에선 트레이닝 받은 배우와 액션팀이 대부분의 동작을 직접 연기해 실감 난다”고 말했다.
 
시즌2 촬영에 돌입한 ‘킹덤’에 더해 좀비 신작도 다양하다.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을 주연으로 ‘부산행’의 세계관을 잇는 속편 ‘반도’를 준비 중이다.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의 차기작은 JTBC가 방송할 학원 좀비 드라마다. 좀비가 창궐한 여의도에 은행을 털기 위해 잠입하는 재난 액션 ‘여의도’도 기획 중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월드워Z’ 속편 제작은 무산됐고, 10년 만에 나올 ‘좀비랜드’ 속편은 궁금하지도 않을 만큼 시들해져 가던 좀비 장르에 한국 좀비물 ‘킹덤’은 한 줄기 빛처럼 등장했다”며 “보이밴드 BTS, 한국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한류가 더 폭넓은 붐을 일으킬 시점이 찾아왔다”고 내다봤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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