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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25 22:00 조회1,2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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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배우들. 왼쪽부터 라미 말렉, 올리비아 콜맨, 레지나 킹, 마허샬라 알리. [AP=연합뉴스]

“무차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 매우 감사합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로마’로 감독상을 받고 스페인어로 수상 소감을 외쳤다. 그는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이민자다. ‘블랙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거머쥔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는 노예였던 증조할머니의 역사를 얘기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색인종과 이민자의 승리가, 날선 풍자보다는 유쾌한 화합의 메시지가 두드러졌다.
 
작품상을 ‘그린 북’이 받은 것도 그렇다. 올해 최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로마’, 영국 왕실의 권력암투를 그려 역시 10개 후보에 호명된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등 쟁쟁한 경쟁작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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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 바탕한 이 영화의 무대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60년대 미국 남부. 고상한 흑인 클래식 음악가와 거친 기질의 이탈리아계 백인 운전기사가 서로 이해하는 여정을 뭉클하게 그린 로드무비다. 이탈리아계 공동 각본가 닉 발레롱가가 아버지의 경험담을 스크린에 옮겼다. 상대편 유족이 극 중 내용에 반발하는 논란도 있었지만 작품상에 더해 각본상, 그리고 음악가를 연기한 흑인 배우 마허샬라 알리의 남우조연상까지 3개 트로피를 가져갔다. 알리가 남우조연상을 받은 건 2년 전 ‘문라이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린 북’은 올해 초 국내에서 개봉, 30만 관객을 모으며 작은 영화로서 선전했다. 연출을 맡은 피터 패럴리는 영화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 화장실 유머로 유명한 형제 감독 가운데 형이다. 이번 영화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은 그는 “이 영화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해야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수퍼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 수상에 환호하는 주연 배우 채드윅 보즈먼. [로이터=연합뉴스]

블랙 파워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우조연상 역시 인종차별에 맞선 할렘가 흑인 여성에 관한 영화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에게 돌아갔다. 최초의 흑인 수퍼 히어로를 내세운 ‘블랙 팬서’는 작품상은 후보에 그쳤지만 미술상·의상상·음악상의 3관왕에 올랐다. 의상상과 미술상 수상자가 흑인인 것도 역대 처음이다. 미술상의 해나 비츨러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 말을 기억했다. 난 최선을 다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훌륭한 여성들로부터 이런 조언을 얻었다”고 울먹였다.
 

‘블랙클랜스맨’으로 각색상을 받은 스파이크 리 감독(왼쪽)과 시상에 나선 배우 새뮤얼 L 잭슨. [로이터=연합뉴스]

스파이크 리 감독은 70년대 백인우월집단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의 실화를 담은 ‘블랙클랜스맨’으로 흑인 최초 감독상 수상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대신 각색상 수상 무대에 올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2020년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 모두 힘을 모아 역사의 바른 편에 서야 한다.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이번만큼은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는 이번 영화 말미에 삽입한 다큐멘터리 장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정책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올해 최다인 4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이민자이자 양성애자였던 퀸의 리더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배우 라미 말렉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더해 편집상·음향편집상·음향효과상을 차지했다. 라미 말렉은 “저 역시 이집트 이민자 1세대 가족 출신”이라며 “어린 시절엔 제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 꿈에도 몰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 ‘목소리’를 발견했다”고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올해 시상식의 포문을 연 것도 이 영화의 주제가다. 퀸 원년 멤버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가 팝스타 애덤 램버트의 보컬과 함께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으로 무대를 달궜다.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로 감독상 등 3관왕에 올랐다. [AP=연합뉴스]

‘로마’는 직접 카메라를 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촬영상과 외국어영화상까지 받아 3관왕이 됐다.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의 중산층 가정에서 일하는 젊은 인디오 가정부의 시선을 통해 70년대 멕시코의 정치 격랑을 그린 흑백영화다. 감독이 자신의 유년기를 토대로 각본도 썼다. 연기가 처음인 주연 배우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쿠아론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영화 주인공의 처지를 환기하며 “수많은 여성 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린 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어영화상 수상 소감에서는 “저도 자라면서 ‘외국영화’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시민 케인’ ‘죠스’ ‘대부’를 프랑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일본 영화 ‘라쇼몽’ 등과 함께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멕시코에서 자란 자신의 입장에서 할리우드 영화도 외국영화라는 것이다. 이어 “우린 모두 같은 바다에 존재한다”며 영화에서 언어의 장벽은 무의미함을 암시했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수상 목록

 
●작품상:‘그린 북’
●여우주연상:‘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 올리비아 콜맨
●남우주연상:‘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여우조연상:‘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레지나 킹
●남우조연상:‘그린 북’ 마허샬라 알리
●감독상:‘로마’ 알폰소 쿠아론
●각본상:‘그린 북’ 닉 발레롱가 외
●각색상:‘블랙클랜스맨’ 찰리 와치텔 외
●촬영상:‘로마’ 알폰소 쿠아론
●편집상:‘보헤미안 랩소디’ 존 오트만
●외국어영화상:‘로마’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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