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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스산한 세상 탓인가, 귀신·악마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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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05 22:00 조회1,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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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에 탱화가 등장하는 장면. [사진 각 영화사·방송사]

조선판 좀비에 이어 한국판 오컬트가 몰려오고 있다. 오컬트, 즉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이야기가 영화와 TV드라마로 줄을 잇는다. 이들 작품은 ‘엑소시스트’(1973) ‘오멘’(1977) 등 할리우드 오컬트물의 기반이 된 서양식 기독교 세계관에서 벗어나 불교·무당·영매 등 다양한 소재와 결합해 한국적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것이 특징.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서양의 좀비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것처럼, 장르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영화계 대표 주자는 장재현 감독이다. 2015년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로 544만 관객을 동원, ‘한국에서 오컬트는 안된다’는 통념을 깨트린 데 이어 두 번째 영화로 ‘사바하’를 내놓았다. 전작이 사제복을 입은 김윤석과 강동원을 앞세워 명동 한복판에서 구마 의식을 벌인 반면 신작은 불교로 눈을 돌렸다. “기독교는 악이 정확하게 존재하는 반면 불교는 악이 없다. 이것이 생(生)하면 저것이 생(生)하고, 이것이 멸(滅)하면 저것이 멸(滅)하는 연기설이 기본 교리”라는 것이 감독의 말. 극 중 사슴동산은 불교적 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신흥종교 단체다. 사천왕을 그린 탱화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장면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비주얼로 색다른 공포감을 자아낸다.
 
개봉 2주 만에 200만 넘는 관객을 모았는데, 반응은 좀 엇갈린다. 교리에 대한 설명이 복잡한데다, 사이비종교를 추적해온 박 목사(이정재)와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박정민)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대신 각기 다른 방향에서 악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도 혼란을 가중한다. 장재현 감독은 “서사가 캐릭터들을 끌고 가는 영화”라고 설명했지만,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자매(이재인 1인 2역) 같은 중요한 인물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끝난다. 이에 누가 선이고 악인지 관객을 끝까지 고민에 빠지게 했던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2016)과 비교하는 시선도 나온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교수(강남대 국문과)는 최근의 오컬트 작품에 대해 “목사와 스님이 협력하는 등 영화에서 구현하는 세계뿐만 아니라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과 반응 역시 매우 한국적”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천주교·불교 등 종교와 관계없이 자리하고 있는 기복신앙 때문에 작품 속에서 여러 종교와 민간신앙이 뒤섞이기 쉽고, 또 국내 관객들은 전통적인 선악 구도 못지않게 현실에 대한 풍자나 비판적 요소를 찾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 한국에도 무속신앙을 다룬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상징성이 약해 오컬트의 범주에 넣기 어려웠던 반면, ‘사바하’는 불교의 경전과 밀교의 개념을 가져옴으로써 다양하게 확대될 여지가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형사와 영매가 주인공인 새 드라마 ‘빙의’. [사진 각 영화사·방송사]

드라마를 보면 오컬트의 세계가 한층 다채롭다. 2010년 오리지널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채널 OCN은 장르물 중에도 ‘뱀파이어 검사’(2011~2012), 귀신 보는 형사 ‘처용’(2014~2015) 등 오컬트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손 the guest’는 엑소시즘과 샤머니즘을 결합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힘입어 3월에는 송새벽·고준희의 로맨틱 코미디를 가미한 ‘빙의’, 5월에는 사이비 종교를 다루는 이솜·엄태구·천호진 주연의 ‘구해줘 2’ 등 오컬트물을 연이어 방송한다. 다만 올해초 전통 오컬트물에 가까운 ‘프리스트’가 상대적으로 고전한 이후, 형사와 영매(‘손 the guest’ ‘빙의’) 등 한국적 조합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엑소시즘과 샤머니즘을 결합한 ‘손 the guest’. [사진 각 영화사·방송사]

OCN 황혜정 국장은 “과거 장르물이 소수 마니아가 좋아하는 콘텐트였다면, 지금은 대중문화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다수의 팬덤을 가지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장르물 내에서도 분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수사물이 눈에 보이는 범인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싸운다면 오컬트는 보이지 않는 악과 싸우면서 이와 다른 재미와 몰입감을 줄 수 있단 얘기다. 남성 전유물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손 the guest’는 30대 여성 시청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사이비 종교 소재로 2편이 이어질 ‘구해줘’. [사진 각 영화사·방송사]

극장가의 오컬트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름에는 이종격투기 선수와 구마 사제의 만남을 그린 ‘사자’(감독 김주환), 하반기에는 잃어버린 딸을 찾는 아빠와 퇴마사의 이야기 ‘클로젯’(감독 김광빈)이 기다리고 있다. 박서준·안성기 주연의 ‘사자’는 이미 18개 국에 선판매됐다. ‘클로젯’은 김남길과 함께 주연을 맡은 하정우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은 그동안 B급 문화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경제 규모에 비해 장르물 시장이 너무 작았다”며 “오컬트를 낯설게 여기게 된 데는 미신을 조장한다며 과도한 방송 심의 및 제재가 가해진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링’(1999) ‘주온’(1999) 등 일본식 호러물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문화적 코드나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다변화된 케이블 채널에 이어 넷플릭스까지 가세해 새로운 시장의 존재가 확인된 만큼 ‘검은 사제들’의 성공에 매몰되지 않고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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