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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음식물 분쇄기' 해외 다 허용? 美 되는데 독일 전면금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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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2-10 10:02 조회8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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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 음식물 분쇄기. 연합뉴스주방용 음식물 분쇄기.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문모(30)씨는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한 호텔에 머물면서 주방용 음식물 분쇄기를 사용해본 것이다. 그 덕분에 약 한 달간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버려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남은 음식물이 갈려 하수도로 내려갔다. 상당히 간편했는데 한국에선 왜 보편화가 안 돼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편리함과 환경 오염 사이. 음식물 분쇄기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많은 궁금증은 '외국에선 다 쓰는데 왜 우리는 잘 안 되냐'는 것이다. 지난해 환경부의 '주방용 오물 분쇄기 제도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해외 일부 지역에선 음식물 분쇄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처럼 논란을 거쳐 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각 지역 상황에 따라 전면 허용·조건부 허용·전면 금지로 나뉘어 있다. 현재 한국처럼 제한적 사용이 가능하거나 올해 발의된 하수도법 개정안처럼 사용을 아예 막고 있는 곳도 상당수다. 이는 국가나 지역별로 사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음식물도 재활용' 독일은 사용 불가

음식물 분쇄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표적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 연방법은 음식물을 포함한 모든 폐기물을 그냥 처리하는 것보다 회수·재순환하는 걸 우선 순위에 둔다. 남은 음식물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할 자원인 것이다. 하수도로 흘러간 음식물 쓰레기도 퇴비로 재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하수에 포함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과 섞이면 품질 확보가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네덜란드와 스위스도 분쇄기 사용을 법으로 막았다. 네덜란드는 독일과 비슷하게 폐기물의 에너지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를 내렸다. 국토에 호수가 많은 스위스는 호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수도에 음식물 반입을 엄격히 막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도 금지 지역에 해당한다.

주방용 음식물 분쇄기 제품을 들여다보는 소비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주방용 음식물 분쇄기 제품을 들여다보는 소비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지역별 허가 이뤄지는 미·일·영

다만 일본은 전체 시·정·촌 1718개 중 홋카이도 등 649곳(37.8%)에서 음식물 분쇄기가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기기가 도입된 1955년 이후 강 수질이 나빠진 걸 확인해 1980년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제품 편리성은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로 직배출이 아닌 전처리 시스템을 갖춘 음식물 분쇄기를 인정해줬다. 지자체장이 하수도 부하가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이라면 규격화된 제품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다. 지역 별로 사용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2013년 기준 전체 가정의 절반(50.4%)에서 분쇄기를 사용한다. 직접 수거시 쓰레기 처리 차량의 연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각 가정에서 직접 처리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수질 오염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1997년 미국 하수 시스템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뒤 잠잠해졌다. 다만 미국 고형 폐기물 관리국(EPA)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걸 권장하고 있어 버몬트주 등에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 영국, 캐나다, 덴마크 등도 분쇄기 사용 여부를 각 지자체가 정한다. 스웨덴은 정부 허가를 얻은 대규모 시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개별 가정에서의 사용은 불법이다. 대개 음식물 찌꺼기를 받아들일 하수처리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곳에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게 공통점이다.


지난 6월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환경미화원이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뉴스1지난 6월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환경미화원이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준비 안 돼, 쓰레기 특성도 봐야"

국내 상황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주거 문화와 인구 밀집 구조, 음식물 쓰레기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좁은 지역에서 아파트(공동주택)에 모여 살기 때문에 하수 시스템 과부하가 걸리기 쉽고, 음식물에 기름기 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한국의 음식물 특성상 기름기가 많이 섞여 있고 염분, 수분도 많다. 이런게 쌓이면 하수관로가 막히게 되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면서 "아파트에 집중된 주거 구조에서 모든 가정이 음식물 쓰레기 갈아서 배출할 때의 결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단순히 외국에서 쓰니까 한국에서 사용해도 괜찮다는 논리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내 하수처리시설의 노후도도 문제다.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하수처리장 665곳(6개월 이상 운영) 중 20년 이상 된 시설이 159곳(24%)에 달한다. 15년 이상 된 시설도 282곳(42%)이다. 하수처리장의 개·보수가 대폭 필요한 셈이다. 또한 하수 관리 체계가 음식물 처리에 맞춰 설계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국내 지자체 83%가 하수도 설치 시 음식물 폐기물 반입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음식물 분쇄기 사용을 극히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했지만 찌꺼기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내 하수 시스템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하수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한 지역부터 분쇄기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시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사용을 부분적으로 허가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국내 상황상 한계가 있다지만 해외에선 분쇄기를 사용하는 곳이 꽤 된다. 무조건 금지하는 것보다 기업은 기술력을 키우고 정부는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역별 분쇄기 사용 허가는 지자체나 주민 간 형평성 문제가 있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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