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탄소년단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슈가와 래퍼 로직(Logic)의 모습. [출처=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난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넌 죽어선 안 돼. 이제 그 이유를 말해줄게.” 

지난 2017년 4월 28일 발매돼 인기를 모은 미국 래퍼 로직(Logic)의 곡 ‘1-800-273-8255’의 가사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 것으로 평가받았던 이 노래가 실제로 미국의 자살 건수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오스트리아·미국·캐나다·호주 4개국 9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를 통해 이 곡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로직의 이 곡이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된 발매 직후와 2017년 8월 27일 음악 전문 방송사 MTV 비디오 뮤직어워즈, 2018년 1월 28일 최고 권위 음악시상식인 그래미어워즈에서의 두 차례 공연 이후 총 34일 동안의 자살 관련 상담 전화 건수 변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기간 미국 자살방지센터(NSPL)에 걸려온 전화는 수천 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1-800-273-8255’이란 곡 제목을 NSPL이 실제 사용하는 상담 핫라인 번호에서 따온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살방지센터에 전화를 건 사람 중 일부는 “로직의 외침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고 고백했다. 또 연구진은 같은 기간 미국에서 발생한 자살 건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곡 발매 이후 약 28일간 극단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구글 검색어 ‘Lifeline’(구명줄)의 검색량도 10%가량 늘었다.

지난 2017년 발매된 래퍼 로직의 앨범 『1-800-273-8255』의 재킷 사진. 

로직은 MTV 비디오 뮤직어워즈 공연 당시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가 살아난 사람 50여 명과 함께 무대에 섰다. 또 공연 이후엔 “정신건강, 불안, 극단 선택, 우울증 그리고 인종차별, 성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등 주류 매체가 외면하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나는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린 모두 평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곡의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엔 한국어를 포함해 여러 언어로 “그냥 모든 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다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래퍼 로직은 이 곡 발매 이전에도 인종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등에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왔다. 약물 중독자였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자신의 과거사를 숨기지 않고 음악을 통해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난 2018년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홍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