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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40년간 대통령 사진 찍으며 깨달은 네 글자, 권력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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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2-14 10:57 조회8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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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 5일 청와대에서 어린이날 이벤트로 제기차기를 보여주는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김녕만]1997년 5월 5일 청와대에서 어린이날 이벤트로 제기차기를 보여주는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김녕만] 

대통령을 피사체 삼기로 마음먹은 게 1979년이다. 그리고 40여년. 윤보선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10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카메라 렌즈에 담은 그의 마음엔 ‘권력 무상’, 그리고 ‘인생무상’의 잔상이 깊게 남았다.


사진작가 김녕만(73)이 대통령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20일까지 서울 청운동 류가헌갤러리에서 열리는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지난 10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만난 대통령 모두 청와대에 들어갈 땐 의욕이 넘쳤지만 나올 땐 쓸쓸했다”고 했다. “어떤 일이나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물러가는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라고도 했다.

김녕만김녕만 

1978~2001년 동아일보 사진기자였던 그는 1979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 행렬을 촬영하며 대통령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1990년대엔 죄수복을 입은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사진을 찍었다. 1994∼99년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촬영했다. 기자를 그만둔 뒤에도 선거 유세 현장과 기념식 등 공개된 장소로 대통령을 찍으러 다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와 장례 행렬도 그의 대통령 사진 중에 포함됐다.


그는 선배 사진기자이자 서라벌예대 재학 시절 스승이던 이명동(1920∼2019)으로부터 “유능한 사진가는 저널리스트 플러스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고 배웠다. 기록성과 감성을 함께 추구하게 된 이유다. 그의 사진에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영광과 고뇌, 화려함과 고독, 빛과 그늘의 대비가 선명하다.

1979년 11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행렬을 지켜보는 사람들. 생과 사의 간극이 선명하다. [사진 김녕만]1979년 11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행렬을 지켜보는 사람들. 생과 사의 간극이 선명하다. [사진 김녕만] 

1997년 5월 5일 어린이날 이벤트를 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에서도 자리의 무게가 느껴진다. 당시는 비자금 사건으로 차남 김현철씨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간 때다. 아이들 앞에서 제기를 차는 대통령 얼굴에선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려는 복잡한 심경이 읽힌다.


전시 사진 중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앉아있는 사진 옆에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같은 곳에 앉아있는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똑같은 책상과 컴퓨터에 태극기 위치까지 똑같은 두 사진을 가리키며 그는 “이렇게 보면 대통령이 5년 시한부의 책상 주인이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의 속성은 대통령이라 그런지 더욱 극적이다. 2012년 12월 18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일 전날 저녁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승리를 확신한 듯 표정이 밝고, 주변 사람도 신나 보인다. 하지만 4년 후인 2016년 겨울, 같은 장소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비슷한 앵글에서 찍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 두 장도 반전의 역사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날, 비통한 표정의 문 대통령이 장의운영위원장으로서 운구행렬을 따랐다. 그리고 2017년 6월 6일 현충일에는 제19대 대통령으로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걸어 나온다.


그는 “또 누군가는 대통령이 돼 절대 권력과 절대 고독 사이에서 5년을 보낼 것”이라며 “퇴임 후에도 존경받으며 일상으로 돌아간 대통령이 아무도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노벨상까지 받았는데,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전임 대통령이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했다.


2012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일 전날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 중인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 [사진 김녕만]2012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일 전날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 중인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 [사진 김녕만] 

대통령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풍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서울역에서 시민과 만나는 모습을 찍었는데, 그때 어떤 신혼부부가 ‘대통령님, 아들 좀 낳게 해주십시오’라며 악수를 청했다”며 “그 정도로 대통령을 생각하다 보니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원망과 비하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전시 사진 중에 그가 포착한 이색 사진도 있다. 1998년 6월 미국 백악관 만찬장에서 찍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사진이다.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초대 손님과 인사하던 중이었다. 백남준이 클린턴과 악수하려는 순간, 바지가 흘러내렸다. 속옷도 입지 않아 하체가 그대로 노출됐다. 실수였는지,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풍자한 퍼포먼스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이번 대선 기간에도 대통령 후보들 사진을 찍으러 유세 현장에 나갈 계획이다. 그중 한 명이 그의 카메라가 담아내는 11번째 대통령이 될 터다. 누가 당선될지 감이 오는지 묻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선거 운동 중에는 후보들 모두 에너지가 넘친다”며 “꿈이 있으면 에너지가 생기는 모양”이라고 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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