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R.D.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교학도서

우울하면 우울증약을 처방받고, 주의력이 약하면 ADHD 진단받아 약물치료 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다. 뇌의 작용이 사람의 감정·기능·행동까지 좌우한다는 게 밝혀진 지금, 철학자가 묻는다. 그럼 ‘나(자아)’는 누구인가. 기억이란 무엇인가. 도덕은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만약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두 인간의 뇌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다면 철학자는 뇌과학자에 밀려 일자리를 잃을 판이다. 2000년을 이어온 철학이 진화론에 밀린 창조론이나, 지동설에 밀린 천동설 신세가 될까.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철학과 뇌과학, 정신분석학, 생물학을 넘나들며 답을 찾아간다. 해박한 지식을 버무려서 이야기로 엮어내는 솜씨가 놀랍다.

르네 데카르트 

칸트·데카르트·니체·비트겐슈타인·쇼펜하우어 등 딱딱한 이론으로만 접했던 철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인간적 면모도 흥미롭다. 안락사와 낙태, 복제생명체, 환경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시한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