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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뻔하지 않은 재미 '코리아 넘버원', 문화재와 예능의 컬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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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12-14 09:54 조회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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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김연경·이광수가 기왓장을 만드는 모습. 이들은 기껏 만든 기와통이 “쓸 수 없다”며 뭉개지는 걸 보고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사진 넷플릭스]

유재석·김연경·이광수가 기왓장을 만드는 모습. 이들은 기껏 만든 기와통이 “쓸 수 없다”며 뭉개지는 걸 보고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사진 넷플릭스]

“한 장당 7㎏이에요? 와, 제가 7㎏을 들고 있는 거네요?”(김연경)



“3개 들면 21㎏이네.”(이광수)


“계산하지 말고 일해.”(유재석)


기왓장 한 장의 무게가 대략 7㎏이라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출연진들이 서로 말을 받아친다. 전통 기와를 만드느라 흙덩이를 만지며 낑낑대는 모습을 서로 놀리면서도 장인의 설명에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일이 고될수록 이들의 대화는 점점 더 실없어지며 웃음을 유발한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의 한 장면이다.


‘코리아 넘버원’은 방송인 유재석·이광수와 배구 선수 김연경이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장인들에게 직접 문화재 제작 과정을 배워보는 ‘문화재 체험 예능’이다. 장 담그기와 한산모시짜기, 막걸리 빚기 등 무형문화재 8종목 장인을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듣고 만드는 과정을 함께한다.


자막 없애자 박진감 더하는 효과


대개 ‘노잼’(재미없다는 뜻의 은어)으로 여겨져 예능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던 문화재를 소재로 한 이 프로그램은 뜻밖에 넷플릭스 국내 4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키즈에서는 9일 현재 1위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 평가 사이트 ‘마이 드라마 리스트’에 ‘이런 종류의 쇼는 지루하기 십상인데, 진짜 재밌게 만들었어’라는 댓글이 달리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이 나오고 있다.


‘코리아 넘버원’은 유재석이 동료들과 함께 일터로 나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정효민 PD가 2019년 만든 ‘일로 만난 사이’(tvN)와 비슷한 틀이지만, 다루는 노동이 전통문화인 것만으로 새로운 재미 요소가 됐다. 모시를 이로 결결이 찢어 고운 섬유를 만들거나, 기와를 만들기 위해 수백 번 허리를 굽혀가며 기왓장을 떼서 말리는 장면은 기존의 예능에선 잘 보지 못한 장면이다.


“커피믹스 젓듯이 엉덩이 빼고 저어봤자 절대 안돼. 노 젓듯이 어기여차”라고 말하며 쪽물을 다 튀기는 염색장 정관채, 무심한 표정으로 “이건 쓰기가 곤란하다”며 출연진이 애써 만든 기와통을 뭉개버리는 제와장 김창대 등 장인들의 모습에서도 웃음이 묻어난다.


정 PD는 “답사를 가봤더니 장인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대로 담기만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며 “문화재는 웃음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는 소재이다 보니, 제대로만 웃기면 임팩트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산모시는 모시 줄기를 이로 가늘게 찢어 섬유를 만든 뒤 베틀로 짜서 만든다. [사진 넷플릭스]한산모시는 모시 줄기를 이로 가늘게 찢어 섬유를 만든 뒤 베틀로 짜서 만든다. [사진 넷플릭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친절한 설명도 ‘코리아 넘버원’의 특징이다. 눈으로 구별이 어려운 갯벌 어로(고기를 잡는 행위)는 그래픽을 따로 만들어 설명을 더하기도 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한국의 갯벌’을 올리기까지 20년 간 일해온 신안군청 고경남 세계유산과장(‘갯벌’편 출연)은 “다큐멘터리였다면 ‘염생식물’에 대한 설명을 자막 처리하고 말았을텐데, 이번엔 유재석씨가 콕 집어 ‘염분이 있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식물’이라고 풀어서 설명해줬다”며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과정이 색달랐다”고 전했다.


자막을 거의 없앤 것도 ‘코리아 넘버원’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에 공개되는 프로그램인만큼 언어 장벽을 줄이기 위한 시도였지만, 뜻밖에 박진감을 더하는 효과가 있었다. 자막이 들어갈 공간을 비워두지 않고 화면에 가득 담다 보니 더 가까이서 찍을 수 있었고, 화면 전환도 자유로워졌다.


그 덕에 갯벌에 빠져 망연자실한 이광수의 표정이 꽉 찬 클로즈업으로 표현되고, 김연경-이광수의 티키타카에 맞춰 얼굴을 번갈아 비추며 대화의 속도감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 30년 넘는 경력의 방송인 유재석이 헛웃음을 지으며 카메라 감독에게 “일 좀 하게 비켜 봐라. 나 지금 장난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그렇게 탄생했다.


국악 스타일 음악, 민화 스타일 그래픽


제작진이 김연경의 비시즌을 기다려 섭외한 조합은 시청자들을 유인한 가장 큰 요인이다. 땀 뻘뻘 흘리는 유재석, 우당탕탕 김연경, 장인 무섭지 않은 이광수 등의 캐릭터가 구축되며 재미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다. 정 PD는 “자리를 잠깐 비운 장인에게 ‘(우리는 일하는데) 약과 드시고 있었던 거에요?’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이광수밖에 없고, 김연경은 첫 미팅에서 ‘장인 선생님한테 아부해도 돼요?’라고 물을 때부터 예능감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코리아 넘버원’은 넷플릭스 코리아가 제작한 예능 중 ‘가장 한국적인’ 프로그램이다. 음악도 국악 스타일로, 그래픽도 민화 스타일로 제작했다. 김창대 제와장은 “여러 다큐멘터리에 출연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문화재 제작 과정이 널리 알려지는 것 만으로도 종목이 이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예능이지만 다큐멘터리의 요소도 있고, 의미도 있지만 재미도 있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며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각 나라의 고유한 특징’을 담은 콘텐트로, 이탈하려는 구독자를 잡기 위한 ‘볼 가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고 평했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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