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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단독]자궁 없이 태어난 35세女 기적…자궁이식 국내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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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1-16 09:21 조회2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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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없이 태어난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국내 첫 사례다.

16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이 병원 산부인과·이식외과·성형외과·감염내과·병리과·영상의학과 등의 진료과로 이뤄진 다학제 자궁이식팀은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병원은 “환자가 이식 10개월째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은 MRKH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면서 자궁이식을 시도하게 됐다. MRKH 증후군은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삼성병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이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명 정도로 집계된다. 통상 청소년기 생리가 시작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다고 한다.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라 호르몬 등의 영향은 없으며 배란도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출산할 수 있다.

임신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임신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지난해 7월 59세 생체 기증자의 자궁으로 처음 이식을 시도했지만 2주 만에 떼어내야 했다.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게 혈액순환과 거부반응인데 이식한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6개월 만인 올 1월 재도전 기회가 찾아왔다. 40대로 상대적으로 젊으면서 출산한 이력이 있고, 혈액형까지 맞는 뇌사 기증자와 연결됐다. 유족이 어려운 결심을 해줬고 환자와 의료진은 재이식을 시도했다. 의사만 10명이 달라붙어 8시간의 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의료진은 첫 실패를 교훈삼아 자궁 적출부터 이식까지 전 과정을 더 세심히 챙겼다.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부인암 환자에선 자궁을 제거하는 것에서 끝나는데, 다시 환자 몸에 이식해야 하다 보니 구득(이식할 장기를 가져오는 것)할 때 다른 장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혈관을 잘 확인하는 데 신경썼다”고 말했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작고 긴 혈관을 잘 보존한 뒤 수혜자 몸에서 다시 혈관을 꼼꼼하게 연결한 게 이식 성공의 포인트”라고 전했다.

환자는 이식 29일 만에 생애 첫 월경을 경험했다. 현재까지 규칙적으로 생리하고 있다. 병원은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식하면 면역반응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식 2·4·6주, 4·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남은 과제는 새 아기 집에 생명이 찾아오는 것. 환자는 이식 전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착상을 유도하고 있다.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캡처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사진 삼성서울병원 캡처

이식을 주도한 박재범 교수는 30년간 3000건 넘는 신장 이식에 참여한 이 분야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도 자궁은 어렵고 생소한 장기였다. 박 교수는 “환자와 함께 모든 과정에서 새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라며 “환자 의지가 커 함께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17일 열리는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사례를 발표한다. 같은 환자에게 자궁을 두 번 이식한 경우는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어 더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병원은 이번 성공을 계기로 두 번째 환자의 자궁이식도 준비하고 있다.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한 장기가 아니라, 병원은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받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를 거쳐 임상연구 형태로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사진 중앙포토

삼성서울병원 전경. 사진 중앙포토

자궁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됐는데 당시 환자에게서 거부반응이 생겨 이식 자궁을 100일 만에 제거했다.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이식 후 출산까지 성공한 첫 사례가 나왔다. 최근 국제자궁이식학회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9건 정도 이식 성공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병원에 따르면 미국 베일러 대학병원이 2016~19년 20명에게 자궁이식을 시도했는데 이 가운데 14명이 성공했고, 그중 11명(79%)이 출산까지 한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첫 자궁이식이 성공한 만큼, 의료진은 임신과 출산 등 남은 과정에도 기대를 갖고 있다. 박 교수는 “아직 남은 단계가 있지만 이식 성공 경험이 쌓이면 MRKH 환자 등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에게 출산의 새 희망을 줄 것”이라며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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