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제품 제조업체 샤오미가 최근 전기차 시장에 등판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전기차 최대 시장 중국에서 내년 업체들의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이날 첫 전기 세단 SU7(중국명 ‘수치’)을 공개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베이징에서 신차 발표행사를 열고 “SU7은 가속력 등에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 테슬라의 모델S를 뛰어넘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향후 20년 내 세계 5위 자동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SU7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800㎞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265㎞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2.78초다. 배터리는 BYD·CATL 등 중국 업체의 제품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은 “애플은 아직 애플카를 내놓지 못했는데, 이 업체를 따라 하던 카피캣 샤오미가 전기차를 먼저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1년 3월 전기차 개발을 시작해 3년여간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넘게 투입해 거둔 결실이라면서다.

샤오미 측은 SU7을 내년 공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판매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그간 가격 대비 좋은 품질 덕에 ‘대륙의 실수’란 별칭으로 불린 만큼 매력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샤오미의 등판으로 내년 중국 전기차 시장의 과열 경쟁은 예고됐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점유율 지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웨이라이(蔚來·니오)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지원을 받는 펀드 CYVN홀딩스로부터 22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여름 7억4000만 달러가량을 투자받은 데 이은 ‘오일머니 수혈’이다. 니오 측은 이를 통해 중동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대대적인 인력 감축도 시행한 만큼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해 경쟁력을 더 키운다는 방침이다. 니오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업체다.

중국 전기차 3대 스타트업 중 한 곳인 샤오펑은 얼마 전 가장 인기모델인 G6의 가격을 5% 낮춘 19만 위안(3400만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마진을 양보하겠다는 뜻이다. 이밖에 BYD·리오토·링파오 등도 할인 경쟁에 참전했다. 또,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최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몸을 푸는 등 시장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이런 모습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저가 전기차’에 초점을 맞추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저가 배터리 장착(스텔란티스), 보급형 전기차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 개발(폭스바겐) 등 갖은 방법을 동원 중이다. 가성비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내년에는 더욱 거세질 수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 개발·투자를 지속하되, 일단 보급형 신차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대차 캐스퍼 전기차, 기아 EV3·EV4 등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