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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거봐, 미국 침체 안오잖아”…이건 ‘월가황소’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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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2-20 09:05 조회1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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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신호 모델 만든 이코노미스트 ‘2024 전망’ 

경제+

올해는 미국 대통령선거,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 지정학적 갈등 같은 초대형 변수들이 시장 참여자들 앞에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2024년 글로벌 자산시장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작한 ‘2024년 투자 전망’ 시리즈에서, 해외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 등에게 ‘당신의 예측 가격은?’이란 질문을 직설적으로 했습니다. 이번 인터뷰 대상은 ‘금리 역전=침체신호’라는 모델을 만든 캠벨 하비 미 듀크대 교수입니다. 하비 교수는 1980년대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1. 금리 역전에도 주가 급등…‘침체 공식’ 회의론 많아

월가황소 착각

월가황소 착각

가장 믿을 만한 침체 신호!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을 두고 한 말이다. ‘상대적으로 높아야 할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을 경우 경기는 침체에 빠진다’는 모델은 이제는 경제 상식이다.

그런데 이 상식에 어긋나는 사건이 요즘 벌어지고 있다. 미 국채 10년과 2년 만기의 금리가 역전된 지 1년 이상 됐다. 그런데 미 경제는 2023년 4분기에 3.3%(연율)나 성장했다. 월가의 예상치는 2.3%였다. 2023년 한 해 성장률은 2.5%나 됐다.

경제사(史)에서 상식이 깨지는 경우는 많았다. 다만 눈앞에서 깨지는 모습을 보기는 드문 경험이다. 그 바람에 ‘2024년 침체 가능성’이란 말이 투자자들의 귓전에 더는 닿지 않는 듯하다.

캠벨 하비 미 듀크대 교수

캠벨 하비 미 듀크대 교수

그러나 경제사에서 블랙스완(예측하지 못한 변수)이 나타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글로벌 머니가 ‘금리 역전=침체 신호’라는 모델을 만든 캠벨 하비 미 듀크대 교수를 화상으로 인터뷰한 이유다. 하비 교수는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하면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후, 월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침체 신호를 만든 이코노미스트’로 통한다.

옛이야기가 딱딱한 경제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만들어주곤 한다.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 신호라는 모델을 개발한 계기가 궁금하다.
“1980년대 초 캐나다 요크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었다. 2년 과정이었는데, 첫해 인턴십을 그 시절 세계 최대 구리광산회사인 팰콘브리지(Falconbridge, 현재는 2006년 엑스스트라타에 흡수)에서 하게 됐다. 인턴으로 출근한 첫날, 회사는 미국 경제성장률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왜 구리회사가 경제성장률 예측 모델을 개발하도록 했을까.
“경제가 얼마나 성장하는지를 알면 구리 판매가 얼마나 늘거나 줄지를 거의 100% 알 수 있다. 구리회사가 갱도를 개척할지, 아니면 폐기할지 정확하게 결정할 수도 있다. ‘구리 박사(Dr. Copper)’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때 나는 회사의 오더를 받고 컨설팅 회사를 돌아다녔다. 그들은 데이터와 모델 구축 등의 비용으로 10만 달러(약 1억3400만원) 정도를 요구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결국 나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활용하기로 했다.”

 2. 내 공식 한 번도 안 틀려…‘침체 없다’ 단정은 일러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어떤 아이디어였나.
“미 시카고대 한 교수가 쓴 논문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바로 ‘주가는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주가는 과거 다섯 차례 침체 가운데 아홉 차례를 예측한다’는 농담이 유행이었다.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주가 대신 만기와 표면금리 등이 분명한 채권 데이터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생 1년 차에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니 놀랍다.
“과거 논문 등을 찾다가 1965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펴낸 논문 한 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논문의 저자는 과거 장·단기 국채 수익률과 과거 성장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 성장률을 예측하는 모델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예측 모델을 만들어 회사에 제출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회사 간부들의 반응이 어쨌나.
“팰콘브리지 간부 한 사람이 종이 상자에 내 개인 물건을 마구 넣은 뒤 내밀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하하!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 순간은 참담했다. 학교에 돌아가 교수에게 장·단기 금리와 침체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니 ‘박사 과정에 진학하라!’고 조언했다. 이후 나는 박사과정에서 장·단기 금리와 침체 사이를 연구해 학위를 받았다.”

하비 교수가 박사과정을 마친 대학은 미국 시카고대다. 그 시절 그의 지도교수는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유진 파머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현재로 돌아와, 오늘날에도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침체를 예측한다고 믿는가.
“내 모델을 바탕으로 한 침체 예측은 지금까지 모두 적중했다. 짧게 잡아도 1980년대 이후 모든 침체를 예측했다. 물론 지금까지 다 맞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요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상태인데, (웃으며) 만약 틀린다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엔화 가치 역대급 약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엔화 가치 역대급 약세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미 금리가 역전된 지 꽤 됐다.
“2022년 11월부터 역전됐다. 2023년 내내 역전된 상태였다. 사람들이 ‘2023년에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며 ‘금리 역전=침체 신호라는 모델이 더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 10년-3개월물 금리 ‘잣대’…미국 주식 살 때 신중해야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내가 인터뷰한 이코노미스트 대다수가 당신의 모델이 더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이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역전된 이후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최근 네 차례 침체를 기준으로 말하면, 역전이 발생한 지 평균적으로 13개월 정도가 흐른 뒤에 침체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현재 미 금리가 역전된 지 14개월 정도 흘렀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태다. ‘역전인데도 침체가 일어나 않았다’고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얘기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어떤 이코노미스트는 미 국채 10년물-2년물 금리 차이는 침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지적하던데.
“미 국채 장·단기 금리 가운데 어떤 것을 활용해 역전 여부를 확인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분명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는 1998년 침체 시그널을 보였다. 하지만 침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오리지널 모델은 10년물-3개월물의 금리 차이(아래 빨강 그래프)를 바탕으로 했다.”
10년물-3개월물 금리 차이는 정확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가 논문을 발표한 이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피셔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단기 금리를 따질 때 미 국채 가운데 2년짜리가 아니라 2개월이나 3개월짜리 금리가 시중은행 자금조달 방식에 비춰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피셔는 “2년물의 금리는 시장 상황을 민첩하게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역전 말고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또 다른 근거가 있을까.
“요즘 Fed가 보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문제가 많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항목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주거비 관련 지수다. 주거비 지수는 현실을 너무 늦게 반영한다. 실제 미 주거비 상승률이 2023년 들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데, CPI 주거비 항목은 여전히 6% 남짓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Fed의 오버킬(overkill, 과잉 긴축)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
“Fed가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내가 Fed 의장이라면, 다음 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다. 0.25%p가 아니라 0.5%p 정도는 인하해야 2023년 과잉 긴축이 낳은 상처를 완화할 수 있다.”
요즘 미 주가 흐름이 좋다. 그런데 일반적 예측과 달리 침체가 올 수 있다니 놀랍다.
“경기 예측에서 주가는 적중률이 낮다. 이제 미국인들이 팬데믹 기간에 쌓아둔 초과저축이 거의 소진됐다. 소비라는 거대한 성장엔진이 힘을 잃을 때가 됐다. 그렇다고 깊은 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이 미 주식을 살지를 결정할 때 아주 조심해야 하는 순간이다.”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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