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탭댄서 도경수, 마약왕 송강호, 용병캡틴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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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05 22:00 조회1,3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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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먼저 전모를 공개한 영화는 ‘스윙키즈’. 지난 4일 시사회에 선보인 영화는 흥겨운 춤과 신나는 음악을 통해 전쟁 포로와 탭댄스라는 이질적 요소를 극적으로 녹여냈다. 연말 기대작으로 손색없는 만듦새를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거제포로수용소. 인민군 포로 로기수(도경수 분)는 친형이 전쟁 영웅으로 활약하고 있는 덕분에 이곳에서도 유명인사다. 이런 그가 ‘미제’ 춤인 탭댄스를 우연히 가까이에서 보고는 마음이 설렌다. 마침 수용소의 이미지 전환을 노리는 소장의 지시로 브로드웨이 댄서 출신 미군 잭슨(자레드 그라임스 분)이 마지 못해 댄스팀 결성에 나선다. 먹고 살기 위해 잭슨의 통역을 자처하며 팀원이 된 양판례(박혜수 분), 통통한 체구에서 예상외의 춤솜씨를 뿜어내는 중공군 포로 샤오팡(김민호 분), 전쟁 통에 헤어진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지려는 강병삼(오정세 분), 그리고 자의 반 타의 반 합류한 로기수가 그 팀원이다.
춤과 음악, 이에 담긴 열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미군 잭슨을 연기한 자레드 그라임스는 실제 브로드웨이 댄서. 능숙하고 현란한 춤솜씨는 물론이고 연기 호흡도 퍽 자연스럽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채 댄스팀에 합류한 캐릭터마다 그 매력이 잘 살아나는 것도 강점이다.
그 중에도 로기수 역할을 맡은 도경수의 연기는 대사 이상으로 표정에, 그리고 춤에 정서를 담아내는 표현력이 단연 돋보인다. 엑소 멤버로 활동하며 연기를 병행해온 그는 이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는커녕 혹시 어느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댄스팀 멤버들과 연장자 다툼을 하면서 드러나는 로기수의 나이는 ‘33년생 닭띠’, 불과 18세에 전쟁 포로가 됐다는 얘기다. 이런 소년이 전쟁의 와중에 빠져든 춤의 매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진다. 탭댄스 신발에서 나오는 특유의 소리와 리듬은 물론 각종 생활 소음을 댄스 리듬처럼 표현하는 연출이 재미있다. 미군과의 댄스 배틀 장면처럼 춤이 곧 서사가 되는가 하면 때로는 대사가 되기도 한다. 특히 로기수와 양판례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하나로 병치한 장면은 가혹한 시대를 살았던 청춘들의 막연한 꿈이 인상적으로 표현된다.
역사적 현실을 되짚으면 거제포로수용소는 ‘반공포로’ ‘친공포로’로 나뉜 포로들 사이의 유혈 대립을 비롯해 처참한 일이 여럿 벌어진 곳. ‘스윙키즈’는 이를 오락영화의 배경으로 그저 차용하는 대신 정면으로 소화한다.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같은 민족끼리 죽고 죽이는 참혹한 전쟁의 현실이 묵직하고 처절하게 그려진다. 전반부에 경쾌한 흐름을 펼쳐온 영화가 이런 현실과 본격적으로 맞물리는 대목은 관객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속 스캔들’ ‘써니’ 등 대중적인 흥행영화를 만들어온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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