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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동갑내기 기타 대부 이정선·유지연 한 무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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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23 22:00 조회1,0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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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덕규, 이정선, 유지연, 함춘호. 다음 달 ‘동갑, 동감’ 콘서트를 앞두고 모였다. [사진 안나푸르나]

지난 20일 서울 신사동의 한 쇼룸. 어스름한 저녁놀과 함께 전설의 이름들이 하나둘 모였다.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 어쿠스틱 기타의 양대산맥으로 불린 이정선(68)과 유지연(68), 80년대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으로 활약한 하덕규(60)와 함춘호(57)다. 이 날 모인 건 다음 달 26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릴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를 앞두고 포스터 촬영을 위해서다. 어떻게 이들이 한 무대에 서게 됐을까.
 
유지연은 “다시 어쿠스틱 음악의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정태춘·이선희·산울림 등의 기타 세션으로 활동하다 90년대 후반 휫셔뮤직그룹을 설립해 CCM 확산에 주력해온 그는 “산울림의 김창완과 아이유가 함께 ‘너의 의미’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이정선은 “음악이 원래 함께해야 더 재미있는 것 아니겠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73년 솔로 데뷔 이후 해바라기·신촌블루스 등 이름난 포크 그룹의 원년 멤버로 활동한 그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안나푸르나 김영훈 대표는 “두 분이 서로 기타 연주자로서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해 왔지만, 당시에는 소속사 및 음반사가 달라 함께 공연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을 다시 이은 것은 김 대표가 내년 1월 유지연의 『어쿠스틱 기타 마스터피스』 출간을 앞두고 이정선에게 추천사를 청하면서. 이정선은 흔쾌히 응했고, 이를 계기로 『비틀스 전곡 악보집』도 준비 중이다.
 
“우리가 음악을 힘들게 배워 후배들은 좀 쉽게 배우길 바랐어요. 비틀스도 쉬운 음악인데 악보를 보면 너무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피아노 하는 사람들이 채보해서 그런가 잘못된 게 많더라고요. 비틀스는 메이저 코드로 작업해도 마이너 코드로 바꿔 부르는 팀인데 그걸 한꺼번에 다 표기하려고 하니 너무 복잡한 거죠. 그래서 전곡을 다 원래 코드로 살렸어요.” 기타 입문자라면 누구나 사본다는 『이정선의 기타 교실』로도 유명한 이정선의 말이다.
 
반면 기타 책은 처음인 유지연은 “그동안 왜 음악책은 안 내냐는 얘길 많이 들었다”고 했다. “1~2곡씩 부탁하면 악보를 주긴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정리하다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지난 20여년간 비즈니스에 집중했는데 결국 음악이 고향인가 봐요.”
 
콘서트 게스트이자 가요계 후배로 참석한 시인과 촌장은 선배들의 귀환을 제 일처럼 반겼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2000년 4집 ‘다리(The Bridge)’ 이후 19년 만이다. 하덕규는 “선배들 음악을 들으며 사춘기를 보냈다”며 “70년대 청년 문화의 바탕에 있던 삶과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품고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히 우리에게도 그 영향이 흘러왔다.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게 영광”이라고 했다.
 
81년 서영은의 소설 『시인과 촌장』의 제목을 따서 그룹을 결성한 하덕규는 2집(1986) 발표를 앞두고 들국화 최성원의 추천으로 함춘호를 만났다. 80년 ‘전인권과 함춘호’로 활동을 시작한 함춘호가 3년 정도 자취를 감춰 소문만 나돌 때였다. 대구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던 함춘호를 찾아간 하덕규는 ‘사랑일기’ 등 2집 수록곡 대다수를 들려줬다. 함춘호는 “여관방에 앉아 음악을 쭉 듣는데 그림이 그려지더라”고 돌이켰다. “중고등학교 때 이정선 형님의 ‘섬소년’을 들었을 때도 그랬거든요. 음악을 들으면 풍경이 떠오르는데…. 둘 다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가 봐요. 그 길로 서울로 따라나섰죠.” 하덕규는 “고덕동에서 우리는 옥탑방 살고, 조동익은 50m 떨어진 지하에 살면서 같이 밥해 먹고 음악 만들던 때가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시인과 촌장, 신촌블루스 외에도 세션·작곡가·프로듀서 등으로 다른 가수들 앨범에 종횡무진 활동했던 이들이기에 이번 공연은 “2시간 안에 어떤 곡을 넣고 어떤 곡을 뺄 지”행복한 고민중이다. 공연 이후에도 시인과 촌장을 만날 수 있을까. 각각 백석예술대, 서울신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하덕규와 함춘호는 “학교 수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저는 물이 고이듯 곡이 쓰여지는 사람이에요. 다작은 아니라도 시간이 지나면 퍼내야 할 것이 생기는 거죠. 시간 날 때마다 꺼내서 다듬고 있는 중이에요. 이 곡을 누구하고 하겠어요.”(하덕규) “같은 노래를 하더라도 그때처럼 독하고 처절하게 할 순 없겠죠.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지금이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지 않을까요.”(함춘호)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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