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회 문학사랑 신인작품상 신인작품상에 당선-전재민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칼럼

문화 | 101회 문학사랑 신인작품상 신인작품상에 당선-전재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재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4-14 10:18 조회2,242회 댓글0건

본문

<101회 문학사랑 신인작품상 신인작품상에 당선-전재민>


아는 만큼 


사골 소년은 

제사 때만 고기를 먹고 

 

산골 소년은 

살아 있는 생선은 송사리 

미꾸라지 붕어밖에 몰랐다. 

 

산골 소년은 

가재가 뒤로 가는 건

바위틈에 돌 틈에 

숨으려고만 하는 줄 알았다. 


세상엔 

먹을게 남아돌아

버려지는 곳도 있음을 

 

푸른 바다엔 

갈매기가 춤추고 



통해야 


먹으면 통해야 한다고 

그게 안 되면 병이 된다고 

 

터널은 통하려 

존재하는 것이지

가다 막힌 것은 터널이 아니라고 

 

사람은 통해야 한다고 

홀로 섬처럼 외로이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고 

 

편지로 통하고 

전화로 통하고 

기도로 통하고 

 

흐르는 강물 끝엔 

바다가 있고 

산을 오르면 

바다가 보인다. 



소.


숨이 차오른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숨이 차오른다.

예전에 할아버지 때만해도 밭 갈고 논 갈고

그것도 모자라 짐까지 날라야 했다는데

먹는 것도 짚 썬 거에 왕겨 탄 게 전부였다는데

길거리에 있는 풀도 못 먹게 멍에를 씌웠다는데

 

요즘은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먹을 거 주고 일광욕도 시켜주고

어떤 집에선 음악까지 틀어 주기도 한다는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

도대체 소팔자가 이렇게 늘어졌는데도

사는게 즐겁지가 않다.

고삐 잡아당기면서 욕을 욕을 하면서

일 시키는 인간도 없는데 숨이 차다.

 

먹으면 눕게 되고 누우면 실실 잠이나 자게 되고

그래서 그냥 입으론 되새김질만 해대고 침을 질질 흘려 대도

난 안다. 내 몸이 무거워질수록 내가 숨이 차면 찰수록

내 육신이 인간들 밥상에 올려질날이 가까워 온다는거

그렇다고 내가 내 맘대로 운동을 할 수도

그렇다고 내가 내 맘대로 산책을 할 수도

그렇다고 내가 토끼 같은 새끼와 여우 같은 마누라와

함께 살 수도 없다는 걸 나는 안다.

 

그저 붉은 형광등으로 날 치장하고

날 사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란 걸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갈 곳도 할 것도 많지 않다는걸

그렇게 나는 내 숨통을 내가 조르고 있다는걸.

 

 

아스팔트위에서.

 

새벽 여명이 가로들을 밀어내는 시간에

아스팔트위 엔 어디론가 향해 달리는 차들

자전거 가득 재활용병들을 싣고 달리는 자전거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은 시간에

아스팔트 위엔 스쳐 가는 가로수 낙엽에도 

그저 아무런 느낌도 없이 앞만 쳐다보고 갈 뿐

 

어둠이 힘을 잃고 지쳐 가는 새벽

아스팔트 위엔 신호등이 왕 인양 

나를 막아서서 붉은빛을 발한다.

 

날마다 달리는 끝나지 않은 여행길에

아스팔트 위엔 비가 후두두 거리면

출근길이란 것도 잊은 채 파전에 막걸리 생각이

 

다리 위에 내가 서 있는지 차가 서 있는지

아스팔트 위엔 출렁이는 다리만큼

검푸른 강물에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간다.

 

차를 몰고 가면서 때론 내가 걷고 있는 착각을 한다.

아스팔트 위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고

바바리코트에 옷깃을 여미고 중절모쓴 나를 본다.

 

반딧불 같은 불빛이 도시를 촘촘히 수놓은 곳에

아스팔트 위엔 상자를 쓰고 누운 사람도 있다.

하늘엔 별도 많은데 별을 보는 마음은 시리다.

 

 

자식이란

 

탯줄처럼 질긴 인연이 또 있을까

열 달 뱃속에서 키우는 것도 모자라

평생을 애간장을 태우면서

바람불면 날아갈 홀 씨같고

추워지면 혹여 동상에라도 걸리지 않을까

김칫독에 가마니 동여매듯

싸고 또 싸고.

더운 날 땀띠가 온몸 구석구석

어미 마음엔 애끊는 창자 이곳저곳이

이미 구멍 숭숭 뚫린 듯

네가 나에게 와서 웃는 웃음 한번이

만 번의 천국이 되고

네가 찡그리고 우는 얼굴을 하면

세상은 온통 암흑 세계가 된다.

열 달 품에 있을 때 보다

다 컸다고 내품을 떠나

바다로 간 네가 더 아픈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전재민의  심사평>

캐나다 교포 시인의 세상 바라보기

 

 전재민은 캐나다 교포 시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경험과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습득한 정서적 특성일까,응모한 작품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좁은 생할환경에 갇힌 사람의 시각은 좁을 수밖에 없다는<아는만큼>,섬처럼 외롭게 없다면서 소통을 강조하는<통해야>,소를 통하여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낸<>,내리사랑을 표현한<자식을 보며>,삶의 여러 양상을 보여주는 <아스팔트 위에서>등에서 확인할 있다.

 

 이처럼 명확한 이미지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는데,<> 통해 인간의 삶을 풍자한 작품의 정서가 더욱 절실하다.<숨이 차오른다./별로 것도 없는데 숨이 차오른다.> 서두로 시작된 작품은 일을 놓친 사람들의 소의 대비시킨다.<먹으면 눕게 되고/누우면 실실 잠이나 자게 되고/그래서 그냥 입으로 되새김질만 해대고/침을 질질 흘려대도/ 안다.> 말한다.<그렇다고 내가 내맘대로 운동을 수도/그렇다고 내가 내맘대로 산책을 수도>없는 현대인의 폐쇄적 삶을 고발하는데 성공한다.

 

 

 또한 작품<아스팔트 위에서> 통하여 시인은 자신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투영하면서 주변의 삶을 대입하기도 한다.<날마다 달리는 끝나지 않은 여행길에/아스팔트 위엔 비가 후두두 거리면/출근길이란 것도 잊은 파전에 막걸리> 생각하는 사람이 시인이다.그러면서도<반딧불 같은 불빛이 도시를 촘촘히 수놓은 곳에/아스팔트 위엔 상잘르 쓰고 누운 사람도 있다.>면서 노숙자의 삶도 대입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실에서 만날 있는 삶을 진솔하게 노래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칼럼 목록

게시물 검색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