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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해와 달과 별의 서시 /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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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13 08:48 조회2,2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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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오름한국문화학교 박은숙

 

   추석

 

 

햇살 곱게 물들이던

가을 들녘 걷어다가

팔월 한 가위라 

밝은 달 아래

둥근 밥상에 도란도란

해를 닮은

달을 닮은

별을 닮은 송편을 빚는다.

 

불그러진 송이마다

꼭 붙어 앉은 저 밤송이처럼

둘러앉은 정겨운 얼굴

해를 닮은

달을 닮은

별을 닮은 송편을 빚는다.

 

누이 얼굴 같은 해오름달

막내둥이 삐죽이던 입술달

박꽃 하얀 어머니 웃음달

등가죽만큼이나 닮아진

아버지 거뭇달

 

추석이라 한 가위

온 가족 둘러 앉아 보름달을 빚는다.

 

저마다 살아가는 동안

빚고 또 빚었을 송편,

익고 또 익히고 삭혔을

미운 정 고운정 모다 모아

웃음꽃 출렁이는 달빛 아래

빚은 송편마다 보름달이 만삭이다.

 

차례 상에 올린 나물 거둬

송편 마냥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둠 나물밥 함께 나누게.

 

우리 언제 부모 형제자매

아닌 적이 있던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지난 토요일, 해오름 가족들이 모여 추석을 빚었다. 해오름은 캐나다 속의 한국, 별과 달과 해를 닮은 한국 입양가족이다. 밴쿠버 근처는 물론 섬에 사는 가족들도 함께 모여 콩을 넣은, 깨를 넣은, 송편을 빚고 갈비랑 포기김치를 담고 아이들 마음 섞어 삼색전과 이모 닮은 호박전, 삼촌 닮은 능글맞은 굴전도 부쳤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잡채는 빼 놓을 수 없는 해오름 단골 메뉴이다. 이미 추석 차례상차림과 한국의 추석 명절 및 한국 음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과,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게 배추 속을 넣고 송편의 소를 채우며 정을 나누는 성인 입양그룹은 오히려 이모처럼 살갑게 아이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쌌다. 마당 한켠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여느 잔칫집처럼 요란하고, 한켠에서는 전을 지지는 기름 냄새가 이웃 담장 넘어 우리의 추석을 먼저 알렸다. 

  솔잎을 넣고 찐 송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동안 가족들은 추석 상차림에 여전히 분주하다. 함께 버무린 김치, 갈비, 잡채, 굴전, 호박전, 삼색전과 솜씨 내어 돌려 깎은 배가 밤처럼 송편처럼 동그랗게 상에 올랐다. 전을 부치고 남은 계란 물로 오믈렛을 멋지게 만든 부모님의 마음결이 바람에 스친다. 마당 한 가운데 차려진 추석 상차림에 둘러 모인 해오름 가족들과.. 잠시 지나가는 빗줄기를 몸으로 마음으로 맞았다. ‘비가 오려나 보다’하는 염려보다 청량감이 느껴졌다. 살짝 비켜간 빗방울이 남긴 여운이 크다. 

 

  “한국의 국은 역시 무국이 최고야!!” 흰 쌀밥에 무국, 그리고 김과 함께 김치를 얹어 볼 안 가득 넣는 아이들의 얼굴은 활짝 핀 무궁화처럼 밝고 맑았다. 

  “김은 그냥 먹으면 까만 종이 같은데, 하얀 밥에 싸서 김치하고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아이들이 김 맛과 멋을 느낄 줄 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송편을 골라 엄마 아빠께 자랑하고 형 같은, 누나 같은, 엄마 같은, 할머니 같은 (ㅠㅠ) 선생님들과 마당 구석구석을 맴돌며 가을 하늘에 웃음과 사랑을 버물려 보름달을 닮은 추석을 그렸다. 마당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음식을 먹는 한 편, 한국인의 명절은 함께 나누는 잔치임을 은연중에 알려주고 싶은 바램을 담아 담장 밖 이웃에게 송편을 나누고 지역 어르신께 우리의 추석음식을 나눴다. 

 

  한복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이 만든 윷판으로 가족 윷놀이를 할 겨를도 없이 짧은 해가 그림자를 길게 늘인다. 함께 모이기만 해도 깨알 같은 웃음과 호박 같은 넉넉함이 번지는 해오름 가족에게 무한한 사랑과 열정을 쏟아 붙는 자원봉사 선생님들.. 이틀 동안 장을 보고 준비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깨알처럼 볶은 그들에게서 해도 해도 넘치도록 솟구치는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다. 준비하는 과정 과정이 힘이 들어야 하는데 얻어지는 새로운 에너지는 마음을 더욱 단단하고 따뜻하게 달군다. 나누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이다. 단아함이다. 

 

  아이들이 돌아가는 발걸음에 한국 엄마의 마음을 담아 함께 장만한 음식들을 주섬주섬 싸서 보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송편을 볼 가득 베어 물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늘밤은 보름달이 더욱 밝게 떠오를게다. 한국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는 일. 아이들에겐 보름달에 고인 본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2017 10 12 추석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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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9 건강의학 [다니엘 한의원의 체질칼럼] 매일 좋은 물 열 잔을 마시세요! 권호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4-16 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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