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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학가 산책] 뿌리의 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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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23 09:19 조회2,5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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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수 / 시인, 소설가

 

당신 혹시 남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는 않나요

 

잘 빗질된 햇살이

장맛비처럼 내리고

손톱만 자꾸 길어 가는 바람이

가슴을 허비하는 가을

실뿌리가 자꾸

땅의 가슴을 헤집고 있지만

땅은 든든하게 가냘퍼요

비와 바람의 속삭임은 흐느낌이에요

서두를 이유는 없지만

뿌리의 손톱이 자꾸 상해요

 

사람들 마음을 적실 향기는

당신의 숲에서 도둑맞지 않았는지

지금 가 보세요

잘 익어 향기로운 당신의 꿀을

낙과되기 전에 다 따려면

서둘러야해요

남아있는 양식으론

춥고 긴 겨울을 건널 수 없어요

 

땅은 할퀴어도 다치지 않아요

당신의 당신을 할퀴고 싶은 이 마음을 피해

어서, 숲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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