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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오유순 회고록을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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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0-23 15:58 조회6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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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순 회고록」을 읽고 나서

                                                                                한힘 심현섭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쓴다는 것은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숨기고 싶은 사적 생활마저도 때로 밝혀야 하고, 잘못된 것은 감추고 잘된 일들만 골라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들을 회고하고 정리하면서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기에 어려움을 참고 집필하게 된다.

밴쿠버 한인들에게는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오(강)유순님이 이런 용기를 내어 회고록을 썼다. 회고록을 읽는 동안 그와 함께 겪어온 삶의 노정을 함께 하며 흔쾌히 마음을 열어 공감하고 즐거운 여행을 한 기분이다.

우리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였다. 원인이 없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일은 없다. 조부모로부터 어머니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신앙심이 두터운 여유 있는 가정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온갖 사랑과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자랐다. 두텁고 따뜻한 부모의 사랑이 마치 이슬비처럼 내려서 남을 배려하고 자신에게 충실하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성장하였다. 흔하지 않은 토박이 서울 문안 출신이다.

 

사실에 충실하다 보니 문장은 단출하고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표현은 많이 억제되었다. 그러나 진솔함은 어떤 문장력보다 좋은 글을 만들어 낸다. 회고록은 잠시만 방심하면 자기자랑에 빠지기 일수 이다. 어렵고 잘못된 일은 감추고 잘된 일들만 기억해서 쓰기 쉽다. 그러다 보니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나열하면서 겸손 하려고 애쓰게 된다. 팔십이 다 되어오는 나이에 그래도 열심히 살아온 지난 세월을 바람처럼 흘려 보내고 싶지 않은 소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남겼다고 보여 진다.

한국에서 명문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함으로써 고등교육을 받은 최고 엘리트가 되었다. 교회에서 만난 신랑(오강남)과 짧은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을 하고 바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오게 되었다.

먼 이국에서 남편의 유학을 뒷바라지해 가며 무려 세 아들을 키우며 약사로서 살림을 도맡았다. 억척같은 의지의 여성이 아니고는 감내하기 힘든 생활이었다.

1992년 밴쿠버에서 한인 최초의 약국을 코퀴틀람에 개설하였다. 2000년이 시작되던 해는 오(강)유순님의 새로운 삶이 전개되던 해였다. 아이들은 유수한 명문대를 나와 각자 독립하고 남편 오강남 박사는 리자이나 대학에서 방학이 되어야 돌아오는 주말부부가 아닌 방학부부로 지내고 있었다.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에서 안주할 수 없는 열정과 사명의식이 그녀를 한인사회 깊숙이 내몰기 시작한 것이다.

한인장학재단을 시작으로 퍼스트 스텝 이사, 한인회장을 역임하고 여성 위주의 봉사단체인 무궁화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이 되었다. 한인 양로원을 세우고 싶었던 염원을 뉴비스타 케어홈 신축건물 2층 40룸을 한인전용으로 하기 위해 백 만 불을 기부하고 10년 동안 매년 5만 블을 추가 기부하기로 함으로써 이룰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정적으로도 아낌없이 투자하여 지도력과 기획력 실천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이와 같은 성취는 부모로부터의 영향과 남편 오강남과 화목한 가정이 원동력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논어에 ’먼 길도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들 육아에 헌신하며 세 아들이 모두 남부럽지 않게 성장하였으니 이것은 큰일을 하기에 앞서 충분한 터전을 닦아 놓은 셈이 되었다.

“결혼하고 남편을 가까이에서 보니 그 영민함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억력도 훌륭한 데다 항상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존경의 마음이 자연스레 생기곤 했다.”

남편에 대한 존경심과 아이들에 대한 깊은 사랑이 가정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으니 한인사회를 위해 넉넉한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태신앙의 자리에서 표층종교를 벗어나 심층으로 접어들어 더욱 깊은 완숙한 믿음에 도달하고 있다.

“나의 신앙은 기독교에 근원을 두고 있다. 내 인생의 가장 깊은 심연에 있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삶의 원동력이자 중심이 되고 있다. 기쁜 일이 있어도 힘든 일이 있어도 하나님은 항상 나와 함께 하신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겪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에게 베푸신 한없는 사랑과 은혜가 너무나 벅차서 나의 이웃에게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가정은 물론이고 사업에도 크게 성공하였지만 본인은 끊임없이 내적 충실을 위해 명상수련을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으니 본받을 만하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속된 말이 있는데 지더라도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오(강)유순님의 삶을 조감해 보면서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 운과 재정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있는 게 아니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오(강)유순님의 마지막 과제는 밴쿠버 한인사회의 커다란 소망인 ’한인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회고록을 마치고 있다. 

* 오(강)유순 : 오유순님의 처녀시절 성이 강씨였기에 별나게 표기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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