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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 | [다니엘 한의원의 체질칼럼] 머핀 한 조각의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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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호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8-23 12:08 조회2,7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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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의 흙과 나무, 그리고 새 들을 벗하는 것도 좋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죄일까. 수년 전, 캐나다에 산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아직도 로키 산맥을 갖다 오지 않았느냐면서 마치 무슨 죄인을 심문하는 듯한 정색한 얼굴을 대면한 적이 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저 사람이 진료실에서 나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세상 사람, 다 각기 외모가 다르듯이 성격도 다양하고, 취향이나 취미도 가지각색이고, 인생관이나 가치관도 저마다인데, 여행에 흥미가 없고, 이곳 저곳 둘러보지 않는 것으로 사람을 이상한 것처럼 평가하고 좀 폄하하는 듯한 인상에 속이 좀 상하고 이맛살을 지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당 앞에서 딱지치기를 좋아하거나 방구들에 앉아 책 서너권을 가지고 꼼지락 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그런 것 가지고 사람살이나 됨됨이를 평가하다니, 참 인생 실없이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그래서 그랬을까, 그로부터 얼마 후 정말 로키 산맥을 가게 됬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로키산맥을 막상 가보니, 너무 기대치가 커서 그랬을까, 아니면 하도 좋은 소리만 들어서 그랬을까. 천하의 로키산맥이 왜 그 때 필자의 눈에는 정철의 관동별곡에 그려진 금강산의 절경에 비하면 그리도 단조롭고 건조하게 보였을까.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여행에 취미가 없는 마음의 반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주, 여름에 다들 휴가간다고 해서, 휴가라도 안가면 또 죄인 취급받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평소 알고 지내는 분들과의 만남도 있고 해서 짧게 며칠을 켈로나에 가게 되었다. 가서 첫번째로 놀란 것은, 도시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시 입구에서 끝까지 끝없는 차량의 물결. 아니, 여기도 밴쿠버인가. UBC 오카나간 켐퍼스에 여장을 푸니, 그제서야 여행온 것을 실감한다. 하늘, 산, 공기, 신선함, 한적함, 푸르름.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푸르기가 그지 없는 드넓은 잔디 사이의 벤치에 앉아 분지처럼 파여진 시를 둘러 보니, 이렇게 보면 사막같고 저렇게 보면 오이시스같은 것이 참 보기에 좋고 잘왔다 하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그런데, 이 곳은 서양사회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사흘 동안의 식사 메뉴에는 밥알 한톨도 없었다. 김치도, 고추장도 없는 식단은, 하얀 쏘스(뭔지 모름)에 묻혀진 잎새 야채, 라자니아, 피자, 샌드위치에 과자 그리고 음료수. 마지막 날, 도시락에 들어있는 모양이 우둘투툴하고 잘 생기지 못한 사과 한 개 빼고는 과일 한쪽도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음식 맛은 괜찮았지만, 사람을 체질과 음식으로 연계시켜 보는 습성에 젖어있는 필자같은 이에게는 그 식단이 작은 사안이 아니다. 몇몇 아는 사람과 메뉴를 비교해 보니, ‘어, 이건 아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건 태양인 체질에는 毒이다.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자연과 음식과의 교감을 가지는 여행에, 오히려 사람의 오장육부에 역행하는 음식이라니, 쉬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족한 것을 충족하기 위한 여행의 의미와는 상반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미리 주문한 음식을 거절하거나, 다른 음식을 갖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이것이야 말로 여행의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켈로나에서의 둘째날 아침, UBC 캠퍼스를 한바퀴 훌 둘러보는 중, 키가 거의 190 cm나 되어 보이고 체격이 잘 잡힌 중년으로 보이는 서양 사람이 큰 여행용 버스 옆에서 머핀을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침 인사겸, 그것이 식사거리가 되는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사람 좋아 보이길래, 거기에 설탕이 아주 많이 들어 있는 것을 아는가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그럼 그 설탕 덩어리와 밀가루가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에 좋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이해하는가 또 물어보니, 그렇다고 또 답변한다. 그 후로는 대화가 수월해졌다. "설탕과 밀가루와 육식이 주로된 식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에 크게 역행하여 노년에 뇌신경계 계통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고 말해 주니, 아, 이분이 참 순수하고 단순한 지, 먹고 있던 머핀 조각을 슬그머니 구깃구깃 손 안으로 오므리더니 주머니에 넣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그얼굴 표정이 “Mind your own business!”라는소리를 들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이야기를 흥미있게 듣는 것을 보면서, 저 이는 건강에 무척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본인은 제칠일 안식교에 속해서 육식을 잘 안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돼지고기는 절대 먹지 않고 다만 소고기와 닭고기는 가끔 먹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마치 이 정도면 '건강식을 하는 것이 아닌가요'를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체질을 감별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초면에 그럴 수도 없고, 인스탄트 식품을 줄이고 야채나 생선을 골고루 먹을 것을 말해주니, 고맙다고 한다.

여행, 생전 처음 가는 곳이나 또 가보고 싶은 곳에서 가족과 함께 혹은 몇몇 마음에 맞거나 아는 사람들과 함께 도시를 보고, 자연을 보고, 사람을 보고, 이야기하고, 맛난 음식 먹고, 생각하고 느끼고 웃고. 참 의미있고 멋있는 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찾고 좋아하는 것 같다. 살면서 가 본 곳이라고는 정말 손으로 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별 아쉬움이 들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마음을 내서 한 번씩 움직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상이나 인생이 꼭 사람의 머리와 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 편 너머의 자연-흙과 나무그리고 새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권호동  다니엘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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