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 목마른 이들에게

한 사람이 내게 묻는다.

함께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 중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은 승진하지 못했다고.

내가 물었다.

승진한 사람들과 당신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그 사람이 답했다.

일은 자신이 더 열심히 했고 결과물도 자신이 더 많단다. 승진한 동기들은 상사들과 잘 어울리기는 해도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못하단다. 그래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그래서 내가 물었다.

상위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당신이 하는 일과 같은 일인지를.

그 사람이 답한다. 

일이야 당연히 다르다고.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직책에 맞는 일이 있다고.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만약 당신이 회사의 사장이라면 직책에 맞는 사람을 승진 시킬 것인지 아니면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잘 하지만 새로운 임무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사람을 승진 시킬 것인지를. 

당연히 직책에 맞는 사람을 승진 시킨단다. 하지만 덧붙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누가 능력을 가지고 시작하겠냐고. 사원 중에 임원 자리에서 일을 해 보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그래서 또 물었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고 임무수행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사람을 승진 시킬지 아니면 꾸준히 지켜보면서 임원의 자리가 주어졌을 때 그 자리에서 맞은 일을 할 수 있어 보이는 사람을 승진 시킬지.

이번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당신이 보는 임원의 임무는 무엇인지를.

사람들 만나며 협상을 하고 또 결정도 내린단다.

그래서 물었다.

당신은 주어진 일을 하는 것 이외에도 임원이 됐을 때 협상을 하고 결정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적이 있는지를.

답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 내는 것은 서커스의 길들여진 동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서커스의 동물들이 서커스를 운영할 수 없듯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현재 상황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며 그 예측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서커스의 곰처럼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뽑아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책임도 무거워지기고 또 그 사람이 내리는 판단이 회사 전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미꾸라지는 용이 될 수 없고 사슴은 호랑이가 될 수 없다고. 처음부터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가진 호랑이라야 포식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고 자리에 오를 날만 손꼽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또 갖추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그러려면 논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