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맛대맛 다시보기] 닭볶음탕 골목서 혼자 살아남은 비결? 마늘이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1-17 11:19 조회1,99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맛대맛 다시보기
매주 전문가 추천으로 식당을 추리고 독자 투표를 거쳐 1·2위 집을 소개했던 '맛대맛 라이벌'. 2014년 2월 5일 시작해 1년 동안 77곳의 식당을 소개했다. 1위집은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집이 지금도 여전할까, 값은 그대로일까.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했던 맛집을 돌아보는 ‘맛대맛 다시보기’ 29회는 닭볶음탕(2014년 8월 27일 게재)이다.
50년간 종로3 지킨 '계림'
매일 마늘 10㎏씩 갈아
'위기는 기회' 조류독감도 견뎌
종로3가 세운전자상가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이 나온다. 한 블록 앞쪽의 왕복 8차선 도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 좁은 골목이 과거엔 닭볶음탕 골목이었단다.
닭볶음탕으로 유명한 계림의 길진영(66·여)은 92년 가게를 인수했다. 하지만 지금의 유명세와는 달리 처음 3개월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길 사장은 서울극장 근처에서 고기 뷔페 식당을 3년 정도 운영했는데 건물주가 바뀌는 바람에 권리금은 못 받고 보증금만 조금 받고 하루 아침에 쫓겨났다. 그때 우연히 남편 계모임 멤버이던 계림의 전 주인이 식당을 내놨다는 얘기를 들은 거다. 은행빚에, 아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 가게를 인수했다. 하지만 막상 장사를 시작하고 보니 손님이 너무 없었다. 길 사장은 "몇 개월 동안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곱게 간 마늘 주먹 크기만큼 올려
"인수하기 전부터 원래 마늘이 좀 많았어요. 전 그것보다 더 많이 넣은 거죠. 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끓으면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내요. 왜 고기 먹을 때 마늘 구워보면 알싸한 매운맛이 사라지잖아요."
이렇게 마늘을 많이 넣으려면 매일 하루에 10kg씩 갈아야 한다. 미리 갈아 놓지 못한다. 맛이 떨어져서다. 길 사장은 "마늘은 갈아 놓고 오래 두면 노린내가 난다"며 "매일 그날 쓸 만큼만 직접 갈아서 쓴다"고 했다.
길 사장의 노력에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형편도 나아졌다. 하지만 고비는 수시로 찾아왔다. 길 사장은 "형편이 나아질 만 하니까 97년 외환위기가 오고, 그거 겪어내니까 조류독감(2003년)이다 뭐다 해서 손님이 딱 끊겼었다"며 "힘든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정말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위기는 늘 기회'라는 생각으로 견뎠다.
대구탕 없애고 닭볶음탕에만 집중해
8년 전부터 힘든 고비를 함께 이겨낼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아들 이성민(37)씨다. 댄스 스포츠를 전공해 지도자 생활까지 했던 이씨가 8년 전쯤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섰다. 그냥 가게에 나와 자리만 지킨 게 아니다.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에 한식과 중식 조리사 자격증부터 땄다. 그리곤 3년을 가게에서 일하며 현장을 배웠다. 또한 젊은 사람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장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닭=국내산, 쌀=국내산' 등 식재료 원산지를 적어놓는 판에 '사장=국내산'이라고 적어놓는다거나, '지나친 음주를 하는 당신, 성공하실 겁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손님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맛대맛에 소개된 후 3년이 지났지만 종로3가 본점이나, 충무로 분점 모두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메뉴는 달라졌다. 점심에만 팔던 알탕·대구탕을 없앴다. 대표 메뉴인 닭볶음탕 한 가지만 집중하기 위해 점심에 팔던 알탕·대구탕을 없앴다.
[출처: 중앙일보] [맛대맛 다시보기] 닭볶음탕 골목서 혼자 살아남은 비결? 마늘이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