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안개 속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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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회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02 20:52 조회2,9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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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 자
사) 한국문인협회밴쿠버지부 회원
그녀의 수인 번호는 1328호
사방이 안개다
그녀는 안개에 갇혔다
그녀는 안개 위에 도마를 올려놓고
당근과 파를 다지고
안개에 코드를 꽂아 밥을 하고
안개 위에서 된장찌개를 끓인다
안개 사람들이 허둥지둥 밥을 먹고
약속이나 한 듯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그릇을 닦아 안개 위에 올려놓고
이불을 탈탈 털어 안개 침대에 펼쳐 놓았다
읽던 신문을 안개 탁자에 올려놓고
얼룩진 시간을 빨아 안개 위에 널었다
안개 속 허공에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안개 속 소문들이 수런거리고
옷 소매가 치마가 바지가 양말이 안개 속에서 흔들거린다
1328호 여자도
안개 속에서
흔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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