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미운 오리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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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8-02 13:59 조회1,5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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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시조시인,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흐린 날 연못 위에 오리 한 마리
고즈넉한 하루를 생각에 잠겨있다
혼자인 주위도 개의치 않은 채
비라도 내리는 날은 자릴 떠나려는지
마름 잎 맴돌다 헤적이는 잔물 위
꺾어 물고 사려 띄운 풀리지 않는 의문
골똘하게 접은 날개깃털이 사뭇 무겁다
사진 한 컷 담고 싶어도 플래시 소리에
고요한 명상 길 흩어놓을까봐
살금살금 먼발치 개금발만 밟다 온다
며칠 후 비소식의 바람 향방 따라서
불현듯 연못으로 발길 돌렸을 때
주변을 서성이다 에그 그만 돌멩이 하날
걷어차서 퐁당 빠뜨리고 말았다
얼마나 놀랐을까 친구 오리는
그런데도 원래 앉은 그 자리 꼭 그대로
연회색 날개 물옷에 까아만 눈동자가
갈대 섶 수초 어귀를 유독 주시하며
여태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앉아있다
아뿔싸 누군가 심심풀이로 띄워놓은
모조품 모형 오리 하나였을 뿐인 것을
빗물은 수면 위로 연신 물음표 찍고
고개 숙인 수련 한 장이 살짝 외면한다
그래도 내가 찾을 줄 알았는지
조금 미안한 기색 엿보이는 오리 친구
무릅썼던 안타까움은 다행으로 쓸며
마음껏 셔터 누르고 돌아오는 걸음
세상을 다시 나만 홀로 맞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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