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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내 젊은 날의 담배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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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5 09:00 조회1,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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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a16817acfa260c1fac504f7c049ce1_1554479992_1089.jpg유병수/시인. 소설가

 

해질 무렵 커다란 기선이 정박한 부두를 바라보며 만남과 헤어짐을 생각한다. 내 손에 쥐어진 담배를 바라보며 공중에 나는 새를 생각한다. 곡예를 하는 듯한 담배연기의 움직임. 내가 그 속으로 스며든다. 사랑의 수평과 꿈의 수직, 그것의 공통분모를 잡아 그 지점에 나를 놓아보면, 이때 담배연기는 잠시나마 친화력을 발휘하여 내 눈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예쁨의 저쪽으로 데려다 준다. 나만의 평화스러움. 너희의 편안한 모습. 슬프도록 만드는 희한한 눈물같은 것이 순환하고 있다. 그래서 담배는 나에게 '생각'과 여러 '힘'을 던져 주는 사도가 된다. 담배는 한갓 연기로 사라지지만 그 속에 장치된 희망과 실망의 음악은 두터운 정으로 흐른다. 여자여, 그대는 항시 제 아름다움의 평야를 꿈꾸고 있겠지. 창 모서리에 힘을 다하여 비가 부딪칠 때 기막힌 바람이 그대의 머리카락을 스칠 때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보라.

 

공중에서 모이는 푸른 담배연기, 그것은 마치 높이 발굽을 세우고 춤추는 발레리나처럼 보여질 것이다. 그것의 우연스러움. 잠시만의 '생각'을 생각함. 그리고 그 연기가 사라질 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그 담배연기에서 헤어짐의, 무엇인지 아쉬운 헤어짐의 깊이를 찾을지도 모른다. 누구와 손잡을 기쁨을 어디에서 찾든지 비 갠 후의 맑음을 어디에서 찾든지 그대 슬픔에 잠기어 가슴을 움츠리고 담배연기의 절대 고독에 잠겨보라. 

 

어떤 음악이든지 그것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 속으로 복잡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던 온갖 생각들이 매듭이 풀어지듯이 실실이 풀려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가벼운 의식만이 선율 속으로 떠다니는 것을 느낀다. 따라서 모든 음악들이 내게 있어서는 일종의 환기제 구실을 한다. 특히 베에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듯이 강렬하고 율동적이어서 기분이 우울하거나 뭔가 터트려지지 않아 답답한 경우에는 기분전환의 좋은 약이 된다.  그 중에도 나는 '열정'을 좋아했었다. 가슴이 답답할 때 종로에 위치한 '르네상스' 고전음악 감상실을 찾아 '열정'을 듣고 나면 훨훨 날아갈 듯이 가벼운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것이다. 또한 일이 뜻대로 안되어 실망이 클 때는 말러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좋았다.

 

요즘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예술 보다도 음악은 문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조리있게 대답해 줄 자신은 없지만 나는 그것을 확신하게 됐다.  나로 하여금 그 생각이 들게끔 한 음악은 라벨의 피아노소나타이다. 그의 피아노소나타중 '물방울의 희롱'이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환상적이고 가끔은 요기를 띄우기도 하는 그 음악은 나에게 넓은 상상의 공간을 펼쳐 준다. 그리하여 그 모든 감각들을 그 공간 속에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하는 것이다. 혹은 그것은 가끔 나를 잠들게도 하는데 잠과같은 몽롱한 상태에서 무엇인가 그럴싸한 것을 던져 주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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