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예정원] 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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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순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2-28 21:49 조회7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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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향적봉 오르는 계단에
눈이 쌓이고
세찬 눈바람으로 앞이 뿌옇다
보였다 흐려졌다
오락가락 하는 산자락과 골짜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목이 울린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산을 흔들고
나무에 맺힌 상고대는 흰 꽃을 피워낸다
고개 숙이고 걷던 사람들이 갑자기
카메라를 꺼내 렌즈에 담기 시작한다
한 발 삐끗하면 굴러 내릴 듯한 언덕
바람은 옷깃을 흔들다가
성이 차지 않는지 몸체를 흔든다
나무 기둥을 붙잡고 바라보는 흰 산과 흰 꽃들
가야 할 길은 아득한데
모두들 입을 벌리고 서 있다
뒤돌아서서 걷는 산길
오를 때 보지 못한
설산의 풍경이 다시 한 번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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