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새벽 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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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빈 김성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3-16 14:08 조회7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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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 김성녀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 협회 회원)
초승달과 별들만이 온 몸을 밝히고 떠있는 검푸른 하늘
모닥불을 지펴 차가운 몸을 어르며
산장에서의 마지막 새벽을 맞는다
타닥, 성냥에서 그어지는 작은 불꽃 하나가
큰 어둠 속에서는 이렇게도 밝다.
저 멀리
많은 물 건너
사람 사는 세상의 불빛들이
또다른 별들되어 옹기종기 반짝인다
불꽃들을 들여다 보면 떠오르는 얼굴들
지난 날 나를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
그들에게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보낸다
우리의 서툰 사랑이 자기애의 투영일 뿐이었다고,
아무리 현대 심리학이 폄하한다 해도
이 드넓은 세상에서
어느 한 공간, 어느 한 시절에
우리는 서로에게 접속되어
슬픈 생에,
잠시나마 별빛같은 모닥불같은 빛나는 행복을 누렸으므로
그것은 사랑이었고 축복이었다.
그대들,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느 한 자락에서 잠들고 있을지라도,
대지의 중심에서 끓어오르는
나의 감사와 축복을 받아주오.
나는 이제 이 순간의 내 사랑에게로
다시 돌아가
아직 끝나지 않은 길*을 좀더 걸으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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