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아주 멋진 가짜’… 비닐백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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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4-23 12:59 조회2,4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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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오래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2018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한 얘기다. 그의 말처럼 올봄 샤넬의 신제품 대부분이 PVC(폴리염화비닐) 소재로 만들어졌다. 모자·부츠·장갑 등의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판초·스커트 등의 의상에도 PVC가 적극 사용됐다. 샤넬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부터 2018 봄·여름 시즌의 트렌드 키워드로 ‘비닐’이 자주 언급됐다. 디올, 캘빈 클라인, 버버리, 셀린, 발렌티노 등 유명 패션 하우스가 약속이나 한 듯 PVC 소재로 만든 패션 아이템을 내놨다. 그 중 여심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PCV 백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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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사면 담아주는 비닐백이 원조?
샤넬의 비치백도 상황은 같다. 런웨이에서 모델이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가죽도 아닌, 값싼 PVC 소재의 백에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할까 싶었지만 막상 출시되고 나서는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팔려나갔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자라 등의 SPA 브랜드와 럭키 슈에트 등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투명 비치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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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한 이미지 대신 재미와 위트 입혀
기존 가치를 뒤엎는 전복적 사고에서 느껴지는 신선함, 그리고 파격이다. 누구도 가치를 둘 것 같지 않은 평범한 쇼핑백·비닐백에 가치를 부여하고 심지어 이를 고가에 거래한다. 가짜, 싸구려, 일회용 제품이라는 플라스틱의 이미지는 명품 브랜드의 고루한 이미지를 세탁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스트리트 패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수혈하려는 명품 브랜드들의 노력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라이프 트렌드 2018』에서 ‘아주 멋진 가짜’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은 바 있다. 지루하고 심각한 진짜보다 재미있는 가짜가 낫다는 의미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들어야 할 것 같은 지루한 가죽 가방보다, 그 위에 프린트된 로고마저도 가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흐느적거리는 비닐백. 요즘 젊은이들은 후자에 더 재미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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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한 멋이 장점
비록 고가이긴 하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PVC 백은 장점이 확실하다. 어떤 차림에 들어도 자연스럽다. 일부로 멋을 안 낸 것 같은 ‘쿨함’은 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한 룩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소품은 없다.
가격을 제외하곤 에코백과 공통점이 많지만, 요즘처럼 쓰레기 문제가 대두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생활에 가치를 둔 에코백과 PVC 백을 동일 선상에 두기는 어렵다. 실제로 샤넬의 2018 봄·여름 컬렉션은 주요 환경오염
원 중의 하나인 PVC를 주제로 한 패션쇼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출처: 중앙일보] [江南人流] ‘아주 멋진 가짜’… 비닐백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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