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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중3이의 환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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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9-13 15:13 조회1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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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성 희 / 캐나다 한국문협 

 

 

 

시험 점수 백 점보다, 재미있는 게임보다, 달콤한 잠과 맛있는 음식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중3 녀석에게 생겼다. 

   그것은 단축수업 하는 날이나 쉬는 날, 봉사와 여행을 동시에 하는 것. 경험과 모험은 덤.

   녀석은 그 일을 위해 집에서부터 최소 1시간에서 3시간 이상 편도 이동을 한다. 봉사를 하는 김에 그 주변을 여행해야 하므로 하루에 전철, 버스, 마을버스, 기차를 12번도 더 갈아탈 때도 있고, 이동시간만 8시간이상 걸릴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달콤한 잠을 뿌리치고 새벽 3시에 기상, 준비하고 나갔다가 귀가 시간이 밤 12시가 넘기도 한다.

   친구들은 봉사를 관내에서 하지만, 녀석은 일부러 멀리 떨어진 데 가서 한다. 이미 정해진 봉사시간은 다 채웠지만 계속한다. 지난달엔 8건 32시간을 예약했는데 8시간짜리 1군데가 승인이 안 돼 24시간 했다.

   하루에 2시간에서 8시간 봉사를 하는데, 어떤 날은 길거리 청소부가 되고, 어떤 날은 박물관 안내 요원이 되며, 어떤 날은 장애인 매장 도우미가 된다. 그리고 어떤 날은 사회복지관과 폭력 예방 도우미가 되고, 또 어떤 날은 돌봄 영어, 수학 선생이 된다. 매번 다른 일을 해본다. 그 장소는 평택, 파주, 남양주, 동두천, 수원, 인천, 양평, 의정부, 용인이다. 방학 땐 더 먼 철원, 대전, 부산, 제주까지 가서 색다른 일들을 하겠단다. 그래서 쉬는 날은 바쁘다. 밖으로 나가면 이동 수단을 타는 재미, 낯선 일을 해보는 재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 문화시설과 자연을 보는 재미에 빠졌다.

   정해진 봉사시간이 오전이면 오후에, 오후 봉사시간이면 오전에 미리 계획한 그 주변 여행을 한다. 평택으로 봉사를 가는 날엔 거기서 멀지 않은 아산으로 가 유명한 온양온천에서 온천 욕을 해보고, 인천에 가면 차이나타운, 인천 공항들을 둘러보고, 수원에 가면 수원화성을 돌아보는 식으로 여기저기 장소에서 놀다 온다.

   봉사 승인이 안 된 날엔 첫차를 타본다거나 막차를 타보고, 안산, 일산, 부천, 여주 같은 안 가본 도시에서 박물관이나 가볼 만한 곳을 둘러본다. 집에 있어봤자 아무 일도, 어떤 신선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양평 용문산 1,200 미터 정상까지 올라가보기도 하고, KTX 타고 부산 고모네 집에서 며칠 지내보기도 하고, 부산에서 기차와 버스로 강원도 할아버지 집에도 가본다. 산, 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낭만을 즐긴다.

   녀석의 꿈은 중, 고등학교 선생이다. 말 안 듣는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담을 들려주고 싶어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이다. 공부는 주중에 집에서 혼자 한다. 녀석의 과외선생은 EBS와 문제지, 학습동영상사이트와 인터넷 검색 창이다. 그래도 모를 땐 친구나 교무실 담당 선생님이다. 

   지난주엔 5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 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 정상을 등반했다. 사진을 보여주며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자랑이다. 사람들이 멀리서 왔다며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식당아줌마는 감자전을 서비스로 줬단다. 세상 구경도 하고 인심도 맛본다. 

   올 겨울 방학 땐 이담에 해병대를 가기 위해 미리 해병대 캠프를 갈 거고, 겨울방학 땐 제주도 한라산 1,950 미터 등반을 하려고 비행기 표도 끊었다. 집에 올 때는 제주에서 여수까지 배를 타고 와서, 여수에서 수원까지 누리로를 탄 다음, 전철을 이용할거라고 알린다. 모두 자기와의 극기 훈련이란다. 

   녀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춘기가 시작돼 중2까지 분노 폭발 일보직전 폭탄이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녀석의 철학이 기적 같다. 그렇게 지지리도 애를 태우더니. 세상은, 사람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니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그래, 공부 1등 하는 것 보다, 인생을 관조 하며 즐길 줄 아는 게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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