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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퇴근후야행] 존재감 ‘쩌는’ 오징어 먹물 파스타와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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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8 09:31 조회1,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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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이어'의 추천 메뉴 '소세지를 넣어 만든 오징어 먹물 파스타'.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가 들어가 있어 향도 강하고 맛도 맵지만 한번 맛보면 계속 끌리는 매력이 있다. [사진 서정민]

현재 서울 성수동은 젊은 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000길’ 같은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넓은 지역의 골목마다 아이디어로 반짝이는 공간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지역으로 점차 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이곳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공간이 들어섰다. 3전 전 성수동에 프렌치 레스토랑 ‘렁팡스’를 오픈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한 김태민 셰프가 이탈리안 파스타에 도전하면서 새롭게 문을 연 곳이다.  
이 집에 더 관심이 가는 건 김태민 셰프의 동업자 김시온씨 때문이다. 김씨는 5년 전 렁팡스 건너편에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플레이스 사이’를 열고 지금까지 60여 명의 지인들과 함께 음악·연극·무용·미디어아트 등이 결합된 새로운 공연문화를 이끌어왔다. 한해에 직접 기획한 공연 수만 50차례. 대관공연까지 하면 1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공연이 플레이스 사이에서 열렸다. 김씨 역시 성악을 전공한 음악인으로 “지인들끼리 하고 싶은 걸 해보자”하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성수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이어' 실내. [사진 서정민]

김씨는 “성수동 일대에 여러 개의 흥미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소비자가 ‘다양한 경험’이 가능토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1년 전 라이브 재즈 바 ‘포제티브 제로’를 오픈했고, 얼마 전에는 같은 이름의 카페도 열었다. 김씨는 “첫째·둘째 공간은 음악과 와인, 음악과 디자인과 커피가 주제였다면 이번에 문을 연 보이어는 ‘음악과 음식’이 주제가 되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렁팡스의 단골 고객이었던 김씨가 김태민 셰프와 형·동생 하며 지내다 새로운 도전을 제안했고, 김 셰프 역시 프렌치가 아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고 싶어 둘은 의기투합했다.  
‘보이어(boyer)’라는 이름은 '소년'과 직업에 흔히 붙는 접미사 'er'을 붙인 단어다. “소년들처럼 호기심을 갖고 새롭고 재밌는 일에 도전해보는 직업을 갖자”는 의미다.  

성수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이어' 실내. [사진 서정민]

거리로 통창이 나 있는 실내는 밝고 심플하다. 부담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도록 캐주얼하게 꾸몄다. 
이곳의 첫 번째 특별함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맞닥뜨리는 ‘음악’이다.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공연을 기획해온 김시온씨가 일반 레스토랑처럼 배경으로서의 음악이 아닌, 음식과 동등한 자격으로 하모니를 이루는 음악을 선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는 재즈 바 포제티브 제로가 있다. 때문에 보이어에 들러 저녁을 먹고 라이브 공연을 보러 오겠다고 계획한다면 저녁 내내 수준 높은 음악적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특별함은 역시나 김태민 셰프의 솜씨가 듬뿍 묻어난 음식이다. 구성은 간단하다. 전채요리 몇 가지와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 그리고 스테이크. 김 셰프는 스파게티니, 링귀니, 딸리아뗄레, 파파르델레 등 다양한 파스타 면 종류를 사용하고 있다. 면 종류는 생소해도 소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라구 소스, 버터 소스, 오일 소스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를 선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성수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이어'의 전채 메뉴 중 하나인 '초리조 오일에 구운 총알 오징어'. 소세지의 일종인 초리조에서 빠져나온 기름에 싱싱한 총알 오징어를 구워 맛이 고소하다. [사진 서정민]

이 집에서 추천할 만한 메뉴는 ‘소세지를 넣은 오징어 먹물 파스타’다. 초리조(스페인식 소세지) 속에 드라이 바질, 오레가노, 타임, 펜넬 씨 등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어 향이 강하고 맛도 맵다. 김 셰프는 “중국풍 파스타 맛을 만들고 싶었다”며 “강한 이국적 향신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매니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한 입 먹으니 입안이 알싸하게 아려온다. 확실히 우리가 알고 있는 친숙한 맛의 이탈리안 파스타는 아니다. 그런데 손이 자꾸 간다. 메뉴를 시식하는 자리라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있었지만 테이블 한쪽에서 계속 젓가락을 끌어당기는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존재감 ‘쩌는’ 맛이다. 이 맛의 또 다른 매력은 술을 부른다는 데 있다. 입안의 맵고 알싸한 맛이 거품 풍성한 맥주나 진한 레드 와인을 만나니 금상첨화다.  

성수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이어'의 파스타 중 '은대구와 펜넬이 들어간 버터 소스 딸리아뗄레'. 칼국수와 비슷한 넓이의 파스타 면 딸리아뗄레를 사용했다. 크림을 사용하지 않고 버터만 이용했기 때문에 진득하면서도 고소함과 풍미가 훨씬 좋다. [사진 서정민]

성수동 '보이어'에서 판매하는 내추럴 맥주. 병입 후 이스트를 넣고 발효, 숙성시키기 때문에 샴페인처럼 신선한 기포가 보글보글 솟아오른다. 병도 샴페인 병처럼 750ml 용량의 큰 것을 쓰고 마개도 코르크와 철사를 사용한다. [사진 서정민]

보이어의 세 번째 특별함이 등장할 순서다. 이곳에는 레드·화이트 와인을 잔으로도 판다. 덕분에 다양한 맛의 음식과 어떤 술이 어울릴지 호기심 있게 도전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특히 추천할만한 술은 ‘내추럴 맥주’다. 프랑스 북부 작은 마을의 양조장에서 만드는 이 맥주는 기존의 맥주들과는 달리 병입 후 이스트를 넣기 때문에 병 속에서 발효·숙성된다. 덕분에 탄산이 많이 생성된다. 비유하자면 신선한 기포가 계속 솟아오르는 샴페인 같다. 실제로 병도 샴페인 병과 같은 모양의 병에 담고, 병 입구도 코르크와 체인으로 봉해뒀다. 가격은 일반 맥주보다 비싼 3만5000원이지만 병 크기가 크고(750ml) 맛도 색달라서 일단 한 번 도전해본다면 후회는 없을 듯하다.  
저녁 파스타 가격은 1만7000원~2만2000원. 전채요리의 가격은 1만원대. 점심 메뉴도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재료가 약간씩 달라지면서 가격은 조금 저렴하다. 와인은 4만원대부터.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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