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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한국에서 만드는 와인이 200개나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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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8 09:31 조회1,1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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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로 만든 '청수 와인'(왼쪽)과 복숭아로 만든 '고도리 와인'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해를 마감하며 좋은 사람들과 술 한 잔 나눌 계획이라면 좀 특별한 술을 권하고 싶다. 바로 국산 와인이다. 한국에서도 와인을 만든다고? 생전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한다면 유럽에선 포도와 포도즙, 건포도를 발효한 술을 와인이라고 부른다.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을 이용해 술을 만들었다면 해당 과일의 이름을 앞에 적고 ‘00 와인’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15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주요 재료는 포도를 비롯해 감·오디·복숭아·머루·사과 등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국산 과일이다. 때문에 와인 전문가인 여러 소믈리에를 비롯해 한국의 전통주를 사랑하는 전문가들은 “한국 땅에서 나는 과실로 발효 과정을 거쳐서 알코올을 만든 것을 한국 와인”이라 정의하고 해당 재료가 된 과일 이름을 앞에 붙여 복숭아 와인, 감 와인, 오디 와인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어머니들이 흔히 만들던 과일주와 과일 와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정욱 소믈리에는 “발효의 과정을 거쳤는지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과일주를 만들 때 자주 쓰이는 복분자를 예로 들면 복분자 즙(주스)에 주정(알코올)을 섞어 만든 것이 복분자 과일주다. 복분자 와인은 만드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복분자 과일을 수확한 즉시 또는 냉동했던 것을 해동 한 상태에서 과육을 으깨서 효모를 섞어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과일이 품고 있던 당분이 자연스럽게 알코올이 되고 이것을 일정 기간 숙성시켜 만든 것이 복분자 와인이다. 때문에 복분자 와인을 만들려면 발효를 위한 별도의 탱크와 발효된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한 큰 탱크가 필요하다. 또 일정 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정욱 소믈리에는 “우리나라 와이너리의 역사는 겨우 10년에 불과하지만 세계 술 품평회에 나가면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본의 100년, 유럽의 8000년 역사에 비교할 때 발전 가능성 아주 높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다. 국산 와인의 맛을 알아주는 이들이 꽤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소믈리에 최정욱씨의 근무처인 경기도 광명동굴은 2015년 동굴테마파크로 문을 열면서 국산 와인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데 2017년 10월 기준으로 34개 지역 58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200여 종의 와인을 취급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광명동굴을 찾은 관람객이 직접 사간 한국 와인의 양은 4만3000병이나 된다.  
한국 와인의 장점은 뭘까. 한국의 전통주를 널리 소개하기 위해 ‘대동여주도(酒)’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다니고 있는 PR5번가 이지민 대표는 “우리 일상에서 이미 친숙한 과일들이라 술을 만들었을 때 우리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마리아주(음식과 와인의 황금조화)가 좋다는 말이다.  
도수가 높지 않고 은은한 과일 향까지 어울려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좋다. 일례로 고도리 와이너리(화투 이름이 아니라 경북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 지명을 따른 이름이다) 최봉학 대표에 따르면 ‘복숭아 와인’은 발렌타인데이 같은 연인들의 특별 이벤트 날에 많이 팔린다고 한다. ‘유럽의 명품 와인들을 따라 잡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국산 와인은 병과 레이블 디자인도 세련됐다. 동네 주민들의 입맛만 맞추면 됐던 막걸리와는 달리 와인은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봐서 즐겁고, 코끝을 간질이는 과일 향은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과도 잘 어울리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다음은 술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민 주모'라고 소문난 이지민 대표가 요즘 가장 반응이 좋은 국산 와인 11종과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을 추천한 것이다.  
 

그랑꼬또 '청수 와인'. 청포도로 만들었다.

경기 대부도 : 그랑꼬또 ‘청수 와인’(청포도)
1993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백포도 품종인 ‘청수’로 만들어 상쾌한 청량감과 산도, 싱싱한 풀내음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아시아 최대 와인 품평회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2015년부터 3년 연속 금상을 받았다. 싱싱한 해산물, 특히 생굴과 찰떡궁합이다.
 

아이비영농조합법인이 만든 '허니비 와인'. 주재료는 아카시아 꿀이다.

경기 양평 : 아이비영농조합법인 ‘허니비 와인’(꿀)
‘2018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기타주류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아카시아 꿀이 주재료로 여기에 잡화 꿀을 일부 섞어 만들었다. 진한 꿀 향기와 함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과일이나 꿀을 올린 크레페(얇은 팬케이크)나 팬에 구운 바나나 디저트를 추천한다.  
 

양촌감영농조합의 '추시 CHOOSI' 와인. 떫은 맛의 감으로 만들었다.

충남 논산 : 양촌감영농조합 ‘추시 CHOOSI’(감)
추시는 ‘가을 감으로 담근 술’이라는 뜻. 논산의 재래 품종인 두리감으로 만들었다. 와인 1병에 8개의 두리감 홍시가 들어간다. 감 고유의 은은한 단맛과 향, 독특한 떫은맛이 특징이다. 기름기가 있는 방어·연어·송어회  또는 꾸덕꾸덕 말린 과메기와 잘 어울린다.  
 

충남 예산의 블루베리로 만든 '추사 CHUSA' 와인.

충남 예산 : 예산사과와인 ‘추사 CHUSA’(블루베리)
'추사'는 가을 이야기라는 뜻이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블루베리를 재료로 한 달 간의 저온 발효와 1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든 스위트 와인이다. 은은한 단맛이 있는 블루베리 와인은 소스를 올린 고기 요리, 특히 매콤 달콤한 소스를 버무려낸 바비큐 폭립과 잘 어울린다.  
 

이방카 트럼프 방한 시 만찬주로 선정돼 화제가 됐던 청포도 와인 '여포의 꿈'

충북 영동 : 여포와인농장 ‘여포의 꿈’(청포도)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등의 청포도를 씨와 껍질을 없앤 후 저온에서 숙성·발효시켜 만든다. 연한 살구색을 띠며 상큼한 과일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이방카 트럼프 방한 시 만찬주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해산물이나 닭 가슴살을 넣어 조리한 로제 파스타와 어울린다.  
 

화사한 장미 컬러가 매력적인 '샤토미소' 로제 스위트.

충북 영동 : 도란원 ‘샤토미소’ 로제 스위트(포도)
2018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화사한 장미 컬러와 함께 잘 익은 베리·딸기 향이 피어난다.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풍미가 물씬 느껴지는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는 12도. 과일을 듬뿍 올린 타르트, 딸기와 생크림을 올려낸 컵케이크와 어울린다.
 

크기는 포도 3분의 1 정도지만 단맛과 신맛이 강한 산머루로 만든 '크라테' 와인.

경북 김천 : 수도산 와이너리 ‘크라테’(산머루)
포도과에 속하는 산머루는 포도의 3분의 1정도 크기로 단맛과 신맛이 강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전통방식과 현대기술을 접목해 전통항아리에서 숙성시키며 1년에 3000병만 생산한다. 알코올 도수는 11.5도. 찹 스테이크, 함박 스테이크 등의 육류와 잘 어울린다.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시드르(사이다)'는 사과 와인을 말한다. '한스오차드'는 경북 의성의 사과로 만든다.

경북 의성 : 한국애플리즈 ‘한스오차드 와인’(사과)
경북 의성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한국 전통 옹기독에서 7년간 숙성한다. 사과 맛과 향이 살아있으며 차게 마시면 청량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11도. 고구마튀김, 맛탕, 호박 샐러드 등 가볍게 안주로 즐기기 좋은 요리를 추천한다.

경북 영천에 있는 고도리 마을에서 만드는 '고도리 복숭아 와인'.

 
경북 영천 : 고도리 와이너리 ‘고도리 복숭아 와인’(복숭아)
8월 말 가장 당이 높고 향기가 무르익었을 때 복숭아를 수확해 영하 10도에서 20일간 냉동 숙성시켜 만든다. 침샘을 자극하는 은근한 신맛이 술 맛을 더욱 돋게 한다. 알코올 도수는 10도. 매콤하게 비빈 비빔국수나 태국식 당면 샐러드인 얌운센을 추천한다.  

40년 간 한국 와인 만들기에 전념해온 와인 메이커 한형태씨가 운영하는 한국 와인의 '스타베리 오디 와인'.

 
경북 영천 : 한국와인 ‘스타베리 오디 와인’(오디)  
100% 국내산 친환경 뽕나무 열매 오디만을 이용해 만든다. 알코올 도수는 12도. 아름다운 루비색을 띄며 고유의 복합적인 아로마 향과 매력적인 부케가 특징이다. 오디 특유의 산미와 단맛이 그대로 담겨 있어 오디·무화과·블루베리 등으로 만든 잼과 스콘 등의 빵류와 어울린다.
 

국내산 키위로 만드는 오름주가 '7004S 다래 와인'.

경남 사천 :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 ‘7004S 다래 와인’(참다래)
‘7004’는 삼천포와 사천이 통합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두 지명이 의미하는 숫자(3004+4000)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참다래(국내산 키위)를 사용해 저온발효로 빚는다. 특유의 과일향, 달콤함은 미트소스 스파게티, 탕수육 등과 어울린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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