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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비운의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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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07 13:59 조회2,3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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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29c9cb94e24f6f5dee032373b9f30_1551995896_9907.jpg유병수 / 시인. 소설가 

 

                                                 

한 여자가 애원하고 있다. 땅바닥에 무릎을 구부리고 허공에 양팔을 내밀며 간절히 아주 간절히, 오십 년 동안, 거목 로댕의 그늘 아래서 망각된 비운의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애원>을 보면 그녀의 로댕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다.

 

열아홉 살에 로댕을 만나 그의 조수로 채용되면서부터 시작된 로댕과의 사랑, 이별, 고통 그리고 정신병원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예술과 사랑은 평탄치 않았다.

 

삼십 년 동안의 정신병원 생활과 함께 그곳에서 그녀의 생을 마친지 칠십오 년이 지났다. 아직도 그녀는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로댕,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 제발, 어서 내게로 와 주세요."

 

로댕의 아이를 가진 클로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얻은 시골 투렌느의 고성에서 로댕에게 편지를 쓴다.

 

“우리는 낙원과도 같은 생활을 하게 될 거예요. 당신은 당신이 일할 방을 갖게 될 것이고, 저는 늙은 노파처럼 당신 무릎을 베고 있겠지요. 나는 믿고 있어요. 그런데 로댕, 내 뱃속에서 당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 어째 당신은 오지 않는 거예요. 아이가 아니라 조각이라면 이렇게 내버려 둘 수가 있을까요? 나는 언제나 당신이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옷을 전부 벗고 잡니다. 완전히 다. 그러나 잠에서 깰 때는 당신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발 더 이상 저를 실망시키지 마세요. 당신에게 키스를 보내며… 카미유.”

 

카미유 클로델의 절실한 사랑에 대한 애원과 거기에 따른 실의, 좌절에 대한 모습은 그녀의 작품 곳곳에 나타나 있다.

 

마치 자신이 사랑의 파도에 휩쓸리기라도 하듯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서 세 여인이 파도를 타고 있는 작품 <파도>, 연극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불 꺼진 화롯가에 한 여인이 머리를 기대고 지쳐 앉아 있는 <화롯가의 꿈>, 잃어버린 애인을 다시 찾은 기쁨으로 취해 있는 <사쿤탈라> 등 조각 하나하나에 구구절절하게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애원>을 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미어졌다. 보는 사람의 시선 쪽으로 고개를 들고 눈물을 금방 쏟을 것만 같은 눈망울로 바라보는 애원의 모습이란...

 

그녀는 로댕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그녀가 로댕을 잃었을 때 모든 것을 잃었던 그녀. 아직도 그녀가 그토록 갈구했던 로댕은 그녀에게 가지 않은 듯싶다.

 

1899년도 작품이니까 120여 년을 그녀는 애원하며 서 있는 것이다. 이제 누가 그녀의 애원을 받아 줄 것인가.

 

나는 한때 그녀의 삶과 예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연민을 느낀 적이 있다. 한국의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전은 그녀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감동과 함께 그녀의 열망, 고통, 절망 등의 숨결이 느껴져 보기에 벅찼다. 자신의 영감을 훔치기도 했다는 로댕을 오직 투명한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슬픔과 한을 돌에 새긴 그녀…

 

삼십 년 동안 정신병원의 골방에서 편집증 환자로 버려졌던 관능과 미모의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남동생이자 시인인 폴 클로델에 의해 재조명되기 전까지는 묻혔던 그녀의 작품.

 

온몸에 슬픔을 머금고 애원하는 그녀의 조각 <애원>은 백이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간절히 애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를 정신병원에서 꺼내 달라고, 당신에 대한 사랑을 받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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