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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홀연히 눈,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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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3-21 15:21 조회1,8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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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ce6001d4c87e5bcae56574ec71a332b_1553206896_9442.jpg유병수 / 시인. 소설가

 

 

눈이 새 한 마리의 숨결 위로 내리고 있다

겨울의 숨가쁜 빙벽을 쌓으며

황구의 젖은 기침소리 몇 개가

나뭇가지 위로 떠나고

마른 가지를 쳐내며

홀연히 넘는 눈발 더미 위로 무너지고 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른 정적 소리

한밤중 꺽이는 눈위로 내리고

잔설을 깨며 달리는 밤 열차의 무거운 발걸음

피곤한 겨울의 걸음걸이를 재촉하고 있다

소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잔 모래 앓는 소리

빈 나룻배 귓전에 귀를 세우고

어둠이 갈라 놓은 어둠 속으로 

할머니 기침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있다



한 해의 긴 겨울을 낳으며

강물은 숙연해지기 시작한다

바다같은 마음으로 

겨울 노래를 곧잘 따라 부르던

사투리 몇 말씀이

독감을 치룬 후

서걱서걱한 말씀이 된다



우울한 그림자를 태우던

농부의 성난 눈처럼

핏발이 서는 새 눈

나는 새 눈의 뿌리가 된다

뿌리처럼 깊은 잠을 이루고

뿌리 속에서

문득 내가 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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