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산책] 산 정상이 토해낸 기염(氣焰) (Garibaldi나 Joffere lake 같은)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문학 | [문학가 산책] 산 정상이 토해낸 기염(氣焰) (Garibaldi나 Joffere lake 같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5 09:02 조회1,883회 댓글0건

본문

 

 

fca16817acfa260c1fac504f7c049ce1_1554480168_0056.jpg이 승 돈(露井)/시조시인 

 

 

 

 산정에서 고개 내민 작고 여린 들꽃

 

 여름 한철 택해 군락 이루었다가

 

 

 하늘이 내린 계절 다 쓰지 않고

 

 시들지 않은 얼굴 세 번이나 남은 철

 

 눈 속에 묻어 도로 반납한다

 

 

 길들지 않은 사철 얼음골 지붕

 

 빙하가 녹으면서 검게 깎인 돌사태는

 

 지난날의 부스러기들에 둘러 쌓인 뒤

 

 나름대로 괴석 마을 이루었고

 

 

 설원을 위엄있게 씻어내린 폭포는

 

 더 낮은 곳으로 대지를 적신다

 

 

 뒤 늦게 앓은 마음 엷은 부위엔

 

 뜨거운 분출물 되어 터드린 고백의

 

 쓸모없는 말들 계곡 따라 씻긴 뒤

 

 아문 상처 함지박 물로 되담았을 땐

 

 

 호수는 제 분수만큼 하늘 품고나서

 

 남은 여백에다 산을 더 그린다

 

 

 삶의 가장 견고한 부분을 산맥으로 엮어

 

 장구한 시간 흰 눈으로 여과시키고는

 

 하고픈 말만 남기고 떠나는 구름들

 

 

 들꽃보다 작게 움츠린 침낭 속에선

 

 심마니처럼 떠돌다 잠든 산꾼마저

 

 호수만한 비범한 꿈 꾸고나서야

 

 

 아무 것도 더 바랄 게 없는 마음

 

 작은 여울로 풀어 온 길 되돌아간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67건 42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