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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엄마 옆에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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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순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5 09:06 조회1,8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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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16817acfa260c1fac504f7c049ce1_1554480372_6916.jpg신순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새싹이 나오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뒷마당은 토마토, 고추, 상추, 파 같은 채소들과 예쁜 꽃들로 가득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가족들이 뒷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는 날입니다.  불판위에는 소윤이가 좋아하는 새우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침을 꼴깍 삼키며 구워지는 새우를 보던 소윤이는 빼곡한 채소들 사이로 뭔가 후다닥 움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엄마, 이파리가 움직여요.”

엄마가 뒤돌아보니 채소들 사이로 다람쥐가 재빠르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채소들 사이로 얼굴을 내밀더니 쪼르르 잔디밭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소윤이 손바닥만큼이나 작고 귀여운 다람쥐였습니다. 

“어, 아기 다람쥐다.”

순간 엄마 다람쥐가 빨리 튀어나와 아기 다람쥐 목을 입으로 물어 다시 채소밭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기 다람쥐는 어찌나 장난꾸러기인지 몸을 비틀더니 엄마를 빠져나와 소윤이를 지나 반대편 구석까지 후딱 내달렸습니다. 소윤이도 덩달아 벌떡 일어나 아기 다람쥐를 쫓아갔지만 아기 다람쥐는 삽이나 호스 등 이것저것 세워놓은 담장 구석으로 도망쳤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보니 아기 다람쥐는 막다른 벽에 막혀 겁에 질린 듯 꼼짝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 만치서 엄마 다람쥐도 끼익끼익 소리를 내고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지만 이쪽으로 오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기 다람쥐가 엄마 말 안 듣고 딴짓 하더니 길을 잃었구나. 엄마 다람쥐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요. 저러다 아기 다람쥐가 엄마를 잃어버리겠어요.”

안타까운 소윤이의 외침에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빠가 벌떡 일어섰습니다.

"내가 해결해야겠군."

소윤이는 아빠가 마치 슈퍼맨 같아 보였습니다. 아빠는 장갑을 끼더니 아기 다람쥐를 조심스럽게 손바닥 안에 올려놓았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다람쥐는 아빠가 잡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파르르 떨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엄마 다람쥐가 보이는 잔디에 아기 다람쥐를 살짝 내려놓고 멀찍이 물러섰습니다. 그러자 아기 다람쥐는 쏜살같이 엄마 다람쥐를 향해 달려갔고 엄마 다람쥐는 아기 다람쥐 목을 다시 물고 채소밭으로 사라졌습니다.

“아, 다행이다. 아기 다람쥐가 엄마한테 무사히 돌아갔네.”

“밖에 나오면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어야지. 하마터면 엄마를 잃어버릴 뻔 했잖아.”

“어린 애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그래요. 엄마한테 많이 혼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고작 6살밖에 안된 소윤이의 어른 인척 하는 말에 엄마 아빠는 그만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소윤아. 쇼핑센터나 놀이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에이, 다 알아요. 그 자리에서 꼼짝 안하고 엄마를 기다려야 해요.  왜냐하면 엄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소윤이를 찾으러 올 텐데 내가 왔다 갔다 하면 엄마가 못찾으니까요.”

“아휴. 똑똑한 우리 딸!”

소윤이는 밖에 나가면 항상 엄마 옆에 꼭 붙어있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아빠도 이제부터 외출이 많아질 텐데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사이 불판위의 새우는 노릇노릇 세상에서 제일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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