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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편집숍 선구자 까를라 소짜니 “나한테 좋으면 그게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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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4-07 12:48 조회2,2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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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라 소짜니 여사가 30일 서울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 매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작고 또렷한 얼굴. 길게 늘어트린 붉은색 헤어밴드. 화려한 체인 목걸이. 까를라 소짜니 룩이라고 불릴만한 넓게 퍼지는 풀 스커트에 부츠를 신은 소녀 패션. 이탈리아 패션계 대모이자 전설적 패션 바이어, 까를라 소짜니(Carla Sozzani·72)의 첫인상은 강렬하기보다 부드러웠다.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 꼬르소 꼬모’에서 소짜니 여사를 만났다. 여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나이지만, 여전히 패셔너블하고, 여전히 소녀 같다. 그를 전설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유는 에디터부터, 출판인, 바이어까지 오랫동안 패션계에서 활약을 해왔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취향을 바탕으로 선택한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숍에 포진시키고, 패션뿐 아니라 미술·음악·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처음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문을 연 ‘10 꼬르소 꼬모’는 소짜니의 관점과 취향이 담긴 ‘살아있는 잡지’였다.  
 
1991년 밀라노에 이어 해외 매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2008년 서울 청담동에 ‘10 꼬르소 꼬모 서울’이 들어섰다. 지금이야 흔해진 라이프스타일 멀티숍이지만 당시만 해도 트렌디한 예술·패션·음악·디자인·음식 등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융합 공간으로는 유일했다. 이런 ‘10 꼬르소 꼬모 서울’이 벌써 11주년을 맞았다. 소짜니 여사의 선구안대로, 현재 서울에서는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멀티숍과 복합문화공간이 대세다.  
 

2008년 당시만해도 드물었던 패션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매장으로 선보인 '10 꼬르소 꼬모 서울'. [사진 중앙포토]

 
“11년 전에는 매장 1층에 있었던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이 주목을 못 받았다. 지금은 그 반대다. 패션보다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에 고객들이 반응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들러 매장을 둘러보고 브랜드를 점검한다는 소짜니 여사는 11년 전과 달라진 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고객들은 변화했지만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표방했던 ‘슬로우 쇼핑’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  
 
소짜니 여사는 “온라인은 빠르지만, 오프라인 쇼핑을 하면 느려도 물건을 탐색하고 경험하며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스킨케어 제품이라면 충분히 만져보고 발라보면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슬로우 쇼핑’이다.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 천천히 즐기며 쇼핑한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온라인 쇼핑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바로 이런 ‘특별한 쇼핑 경험’이다.  
 
남다른 경험을 제공하려면 매장의 브랜드와 제품 선택이 중요하다. 소짜니 여사는 선택 기준에 대해 “잡지를 만들던 때와 같다”며 “책을 만들면서 독자들과 교감했던 방식으로, 최대한 독자(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물건과 브랜드를 소개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소위 명품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명품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나한테 좋으면 그게 바로 명품”이라고 했다.  
 

마치 잡지를 만들듯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패션과 디자인, 문화 등이 융합된 공간을 만들었다. 장진영 기자

 
‘10 꼬르소 꼬모’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양말 한 켤레에 10만원을 상회하기도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그는 “‘10 꼬르소 꼬모’가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인식 주고 싶어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도록 대중 브랜드와 협업 컬렉션을 늘 계획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과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카를라 소짜니 여사는 무엇보다 ‘가치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션 에디터로서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10 꼬르소 꼬모'를 만든 것”이라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품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이를 지켜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까를라 소짜니 여사는 '10 꼬르소 꼬모'의 매력을 한 마디로 '가치의 공유'라고 했다. [사진 삼성물산]

 
이런 가치 공유 노력의 하나로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선 전위적인 패션 사진가 헬무트 뉴튼(1920~2004)의 전시가 열린다. 3월 20일부터 4월 25일까지 청담점 3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헬무트 뉴튼의 1972년에서 1983년 사이 대표작 45점의 오리지널 빈티지 프린트로 구성된다.  
 

패션 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헬무트 뉴튼의 사진 전시.'10 꼬르소 꼬모 서울' 청담점에서 3월 20일부터 열린다. [사진 삼성물산]

 
헬무트 뉴튼과 오랜 친분이 있었던 까를라 소짜니 여사는 “젠더(gender·성)를 구분하지 않는 그의 작품 세계는 지금 봐도 진보적”이라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아이같이 순수한 헬무트 뉴튼의 작품 세계를 감상해보라”고 권했다.  
 
소짜니 여사는 좋은 취향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갈 수 있는 전시는 모두 가서 볼 정도로 예술과 패션에 관한 작품을 최대한 많이 접하려고 한다”며 "좋은 취향을 갖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어떤 것이 자신한테 맞고 편안한지 고민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까를라 소짜니 여사는 좋은 취향과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좋은 전시와 예술 작품 등을 최대한 많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물산]

 
한편 청담점과 함께 지난 2012년에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 애비뉴엘 점을 오픈할 만큼 한국에 애정을 가진 까를라 소짜니 여사는 “정체성이 확실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키워야 한국의 패션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은 고상하고 세련된 취향 가지고 있다”며 “특히 남성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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