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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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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무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29 09:17 조회1,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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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3f3b8f922fe1f57e4dbd4c778b020_1567095468_0386.jpg송무석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을 처음 읽었을 때 내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 삶과 세상, 그리고 죽음마저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그의 삶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는 그의 시구는 역설로만 생각된다.

 

 

 

김동길 교수의 글에 따르면 “천상병 시인은 중학 5학년 때 유치환의 추천을 받아 '강물'이라는 시를'문예'라는 잡지에 발표하였고 1952년에는 '갈매기'가 시인 모윤숙의 추천으로 또다시 '문예'에 게재되어 시인으로서의 추천받는 일이 완료되었다.”라고 한다. 김현옥 부산 시장의 공보비서로 일하는 등 평탄해 보이던 그의 삶은 동백림 사건에 얽혀 완전히 바뀌고 만다. 그는 죄 없이 잡혀 전기 고문을 받고 몸과 마음이 완전히 망가졌다. 그런 그는 서울시립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다. 거기서 문병 온 친구의 동생을 만나 결혼하게 되지만, 그는 아이를 낳을 수도 없는 몸이었다. 그는 한 병의 술이면 하루가 행복한 여생을 살았다. 아마도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종교에 의지하지 않았다면 그는 도저히 남은 생을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천상병 시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고 월등히 건강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걱정과 염려가 없는 날이 있을까? 있는 것을 온전히 지키는 것은 물론 무언가 더 가지려 하지 않는가? 그것이 금전이건 사회적 지위이건. 자신을 자기 처지를 다른 사람과 여러모로 비교하고 남보다 못하면 속상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뭔가 자랑하려고 소셜 미디어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애쓰고. 그뿐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의 이 행복을 잃을까 걱정하고, 더욱 풍족하고 편안한 미래를 위해 고민한다.

 

 

 

천상병 시인은 그런 근심과 욕심을 내려놓은 분으로 보인다.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그냥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은 분 같다. 그의 신앙은 그에게 이 세상의 삶이 그저 짧은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게 했나 보다. 사후에 행복하고 영원한 삶을 누릴 테니 뭐 그리 애착을 가지고 잠을 못 이루며 괴로워할 일이 무엇인가? 우리도 그처럼 삶을 그저 색다른 여행을 한 번 하고 간다고 생각하면 그런 편한 마음을 갖게 될까?

 

 

 

 

그의 어린이 같은 천진난만한 태도는 생의 고통을 초월한 성자와 통하는 점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늘 그런 현실을 초월하는 태도로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런 술 한 병으로 행복할 만큼 소박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근심하지 않고 있는 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한다면 밤에 잠을 못 이루며 괴로워하는 날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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