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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한 마리 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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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03 08:11 조회1,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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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8783364_srfqKl9B_5dcdeb0399faf41fc1f8afc11daac017920070e4.jpg이  정  순

                                  사)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회원


 

“와! 봄이다!”

“엄마! 우리 오늘 소풍 가요. 삐악삐악!”

“큰 호수로 가요. 좁은 웅덩이는 이제 답답해요. 여기서는 헤엄도 칠 수 없단 말이에요”

봄이 되자 아기오리들은 큰 호수로 소풍 가자고 졸랐습니다.

“그래. 오늘은 햇빛도 쨍쨍하니 물이 차지 않겠구나.”

“와! 신난다.”

엄마 오리가 앞장섰습니다.

“큰 애야! 넌 맨 뒤에서 동생들이 뒤처지지 않게 보호하거라.”

“싫어요. 엄마는 나만 맨날 힘든 일 시켜요.”

큰 언니는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막내를 밀쳐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어요.

“큰 애야, 그러면 못써! 동생들을 보호해야지.”

“쳇! 좋아요. 오늘은 신나는 소풍날이니까 오늘만이에요.”

큰 언니는 투덜거리면서도 동생들 뒤에 섰어요.

“와! 상큼한 풀냄새!”

“아, 따뜻한 햇볕!”

아기오리들은 저마다 들에서 느낀 점이 달랐어요.

“음! 맛있는 꽃 냄새!”

막내도 눈을 지그시 감고 한마디 했어요.

“이런 바보! 꽃냄새는 향긋한 거야!”

셋째 오빠가 막내에게 퉁을 주었습니다.

“애야, 느낌은 각자 다를 수 있어. 아마 막내는 꽃 냄새가 맛있는 냄새로 느껴졌나 보네.”

“치! 엄마는 늘 막내만 감싸!”

“와! 물이다!”

누가 소리치자 열 마리의 아기오리는 물을 향해 뒤뚱뒤뚱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서라. 조심들 해. 넘어질라.”

엄마 오리는 뒤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삐악삐악, 꽥꽥! 풍덩 풍덩!”

아기오리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직 헤엄치는 게 서툴렀지만, 신났습니다. 호기심 많은 막내 오리는 호수 저쪽이 궁금했습니다.

‘저기엔 무엇이 있는지 가봐야지.’

조심하라는 엄마 말을 잊은 채 호수 건너편까지 헤엄쳐 갔습니다. 호숫가에는 사람들이 낚시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잡아 놓은 물고기를 보자 배가 고팠어요.

막내 아기 오리는 물고기가 담겨 있는 그물망 쪽으로 뒤뚱뒤뚱 다가갔습니다.

“아기오리다. 와! 귀엽다.”

몇몇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다 아기오리를 발견하고 소리쳤습니다. 아기오리는 사람들이 신기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바라보았답니다.

“어! 도망가지도 않네. 엄마를 잃었나?”

“아기오리야! 배고프니? 이것 먹어.”

아기오리는 아이가 주는 것을 덥석 받아먹었습니다. 소풍 나오기 전 엄마의 몇 가지 주의사항을 까마득히 잊었습니다.

‘먹이는 함부로 먹으면 안 되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는 특히 먹으면 절대 안 된다는 걸 명심해.’

“먹는 모습도 엄청 귀엽다!”

막내 아기오리는 물고기를 배불리 먹었습니다. 벌써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호수 위에 붉은 노을이 참 아름다웠답니다.

그때 엄마 오리와 언니 오빠 오리들은 막내를 찾아 난리가 났답니다.

“맨날 말썽꾸러기야!”

언니와 오빠들이 투덜거렸습니다.

“엄마! 배고파요. 그냥 집으로 가요. 나중에 찾아오겠지요.”

엄마 오리는 갈대밭으로 물속으로 자맥질을 하며 막내를 애타게 찾아 헤맸답니다.

“막내야! 어디 있니?”

그때 막내 아기오리는 호수를 가로질러 돌아오고 있었답니다.

‘엄마가 기다릴 테니 빨리 가야지.’

아기오리는 힘차게 물갈퀴 다리를 움직여 부지런히 헤엄쳤답니다.

“엄마! 저기 막내가 와요!”

“막내야, 어딜 다녀오는 거니?”

“저 말썽꾸러기!”

언니 오빠들이 막내를 야단쳤습니다. 집에 돌아온 막내는 호수 건너편까지 갔던 일을 저녁 식사 시간에 이야기로 들려주었습니다.

“후유! 다행이다. 착한 사람들을 만났구나. 이제 절대 멀리 가지 말거라.”

“엄마,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저건 맨날 말썽이야.”

큰언니가 퉁을 주었어요.

“큰 애야! 그리고 다 엄마 곁으로 다가앉으렴.”

“와! 신난다. 이야기해 주시는 거예요?”

“그래. 옛날에 양을 치는 착한 할아버지 목동이 있었단다.”

그는 양을 백 마리나 키웠어. 그 백 마리 양들은 그 할아버지 목동을 ‘할아버지’라고 불렀단다. 할아버지는 백 마리나 되는 양의 이름을 다 외울 수 있었지. 할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식사로 싱싱한 풀을 한 줌씩 양의 입에 넣어 주며 한 마리 한 마리 이름을 불러주곤 했단다. 양들은 할아버지가 너무 늙어 자신의 이름을 빠뜨릴까 걱정했지만, 언제나 할아버지는 한 마리도 빠뜨리지 않고 이름을 불러 주었어. 그러던 어느 날,

“자, 오늘은 싱싱한 풀이 많은 곳으로 가보자. 조금 먼 곳이니 모두 조심하고 따라오거라.”

그리고 할아버지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일러두었어요.

“매에 헴! 걱정마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앞장서자 양들은 줄을 서서 따라나섰어. 한나절을 걸어서 푸르른 수풀이 우거진 언덕에 도착하게 되었단다.

“와! 수풀이다!”

양들은 언덕으로 달려가려고 했어.

“가만가만! 잠깐 기다리거라.”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휘휘 휘두르며 풀숲을 헤치고 들어갔지.

“요놈! 사악한 뱀 같으니라고. 우리 아기들이 큰일 날 뻔했네.”

목동은 양들이 물릴까 봐 수풀 속을 헤치고 숨어 있는 뱀들을 잡아 없앴단다.

“매에 엠! 역시 우리 할아버지는 우리를 무척 사랑하시는 거야!”

“우리 할아버지 같은 분이 없지. 그러니까 풀을 많이 먹고 젖을 많이 내자.”

목동 할아버지는 다시 풀숲으로 들어가서 독초도 뽑아내고 가시넝쿨도 베어냈어.

“자, 이제 안심하고 풀을 먹어도 좋아.”

양들은 맛나게 풀을 뜯어 먹었어. 양들이 풀을 먹는동안 할아버지는 언덕에 앉아 피리를 불어 주었어.

‘하느님은 나를 푸른 들에 인도하여 안식의 물가로 눕게 하시니!’

양들이 낮잠을 자도 할아버지는 자지 않았어. 왜냐하면 나쁜 짐승들이 양을 물고 갈까 봐 지키고 있었던 게지. 양들이 낮잠에서 깨어나자 잔잔한 연못으로 데리고 가서 물을 먹이곤 했지. 양들은 깊거나 흐르는 물은 무서워하거든. 그리고 해 질 무렵 양을 몰고 집으로 돌아와 우리에 넣었지. 양을 우리에 넣을 때도 한 마리 한 마리 세는 거야. 혹시 따라오지 못하고 길을 잃은 양이 있지 않나 꼭 확인했단다.

“하나 두울 셋…… 아흔일곱 아흔여덟 아흔아홉 배에……아니 백 번째가 없어. 한 마리 양이 없어졌어.”

할아버지 목동은 이제는 이름을 불러가며 세기 시작했어. 이름을 다 불렀는데 막내가 대답하지 않았어.

“막내야! 막내야!”

몇 번을 불러도 막내는 대답이 없었어. 

“막내가 또 말썽이야!”

몇몇 양들이 불만을 터뜨렸어.

할아버지는 한나절이나 가야 하는 수풀 언덕을 찾아갔어.

“막내야! 대답 좀 해 보거라!”

할아버지는 목이 쉬도록 양을 찾아다녔어. 깜깜한 밤이 되었어. 다행히 하늘에는 보름달이 환했어.

“오늘은 보름도 아닌데 훤한 보름달이 떴구나!”

할아버지는 이상히 여기다가, “아!”

하느님이 자신을 위해 달님을 비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할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렸어.

“하나님, 막내를 찾게 해주세요.”

그때 멀리서 양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어. 할아버지는 그 소리 나는 쪽으로 한달음에 달려 가보았어. 막내가 시냇물 한가운데 바윗돌 위에 서 있었어. 막내는 물이 무서워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

“엄마, 수영하면 되잖아요.”

막내 오리가 수영하는 흉내를 냈어요.

“바보야, 양은 물을 무서워한다고 아까 엄마가 말했잖아.”

언니 오빠들이 퉁을 주었어요.

“할아버지 목동이 막내 양을 어떻게 구하는지 지켜보자꾸나.”

“막내야, 내가 구해 줄 테니 무서워하지 말거라.”

할아버지 목동은 지팡이로 양을 끌어내려고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 끝이 아슬아슬 닫지 않는 거야. 그때 버드나무 가지에 칡넝쿨이 늘어져 있었어. 할아버지는 칡넝쿨을 붙잡고 바지를 둥둥 걷고 물에 들어가 지팡이를 길게 뻗어 양을 끄집어낼 수 있었단다. 그리고 무사히 막내를 구해서 집으로 돌아왔지. 우리 안에 있는 양들은 자지 않고 막내가 무사히 돌아오게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어.

“미안해! 이제 혼자 돌아다니지 않을게.”

막내 양은 자신을 걱정해준 양들에게 사과했어. 양들은 막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지. 그리고 막내 양이 무사히 돌아온 것이 기뻐 할아버지 목동은 동네에 잔치까지 베풀었단다.”

“엄마 죄송해요. 막내가 없어졌을 때 걱정하지 않고 배고픈 것만 생각하고 막내를 원망했어요. 앞으로 동생들 잘 돌볼게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큰언니가 엄마한테 사과했어요. 그러자 모두 막내를 얼싸안고 기뻐했답니다.

“언니, 오빠! 미안해! 앞으로 혼자 행동하지 않고 말썽 피우지 않을게.”

엄마 오리는 흐뭇하게 아기오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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