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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늙어가는 미물微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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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숙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09 13:14 조회1,0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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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8783364_oSP7fLl9_c2887c45d011b1bc0cba2ac2cd387e4836271432.png강  숙  려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배가 고파야 처량한 소리를 내며 찾아오는 그녀가

얄미워 미워하려 해도 오늘도 나는 그녀를 거절 못했다

절대 자기 몸을 내주질 않는 그녀의 도도함에 나 혼자 토라지고 

도도한 년이라 욕도 해 보지만 언제나 한결 같다 

사냥에 제대로 실패한 날이면 겨우 자기 몸을 살짝 부벼 

쬐끔 아양을 떨며 빤히 쳐다보는 것은 배가 고프다는 얘기다

그런 날이라도 얼시구나 좋아 속없이 헤퍼지는 나다


그런 그녀가 어느 해부터 봄이면 새 옷을 가라입기 위하여 

가죽을 송두리 채 벗어 내고 있다

어떻게 도와주질 못해 안달이 난 나는 안타까움에 목이 마르고 

그녀는 떨어지지 않는 가죽을 매달고도 누구의 손도 거절한다

이목구비가 수려하여 귀부인 태를 주루룩 흘리고 다니던 그녀가

봄이 오면 이런 누추한 모양새가 되는 이유가 도대체 어쩐 일인지

털만 바꾸는 것 만으론 안 되는 무거운 죄를 진 것인지

스스로 고단한 단죄를 하는 중인지

그냥 늙어버리기엔 너무도 억울한 하소일까


장미가 지는 칠월에 그녀가 떠나면 

도도해서 마냥 얄미운 그녀를 나는 어찌 잊으려나

한 번만 만져보고파 안달하던 나를 

그녀는 정녕 잊고 가려나

오면 가야 하는 이치 앞에 서러움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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