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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우리 고전문학에 대한 소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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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슬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8-13 08:28 조회1,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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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bc39c96caaf3e75b331aa0d56c33e_1581702297_7847.jpg이슬샘(露井) / 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시대적으로 얼마나 부합될는지 모르나 화자는 이런 설명만 가지고도 '상인들이 숙박하면서 술도 마시겠구나' '때론 도박판에 투기꾼들과 어울릴 수도 있겠고 술 접대를 시중드는 기녀(妓女)는 없었을까?' 하는 끼 있는 연상부터 하게 되었다. 잠시 우리가 어머님이나 할머님의 세대 혹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한 가정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주부와 아내의 입장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가만히 앉아서 남편이 스스로 돌아와 주기를 기다려 주는 게 현명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망부석도 많아 치술령곡에 있는 박제상의 아내처럼 기다리다 순절하는 여인도 있지만 공주의 옛 이름인 웅진(熊津)의 망부석 전설 여인은 나무꾼인 남편을 가두어 두는가 하면 집을 나가자 이를 찾아 나선다. 진정 자식을 염려하고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결심이 앞선다면 가만히 앉아서 남편이 돌아와 주기만을 기다려 주는 일이 꼭 최선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정읍사의 여인도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면 <정읍사>의 해석은 정 반대로 달이 밝게 비출 것을 바라는 것도 자신에게 소용되는 얘기고 마지막행의 '내 가논데 졈그를 셰라' 그냥 직역하면 된다. 그랬다고 해서 망부석에 돌을 던질 사람도 아무도 없을 텐데 자꾸 선비풍 학자님들은 동양의 미덕을 존중하고 한국여인은 '가시리'나 소월의 '진달래 꽃'에 까지 비교하면서 순종의 미학만 요구해온 것 같다.


사실 무엇이든 한 번 잘못 인식되면 바로 잡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 고전문학은 누구든 관심만 가지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요즘도 선비풍월의 고지식한 학자님이 되어 연구실에서 돋보기를 들고 훈고주석에만 천착하는 분은 없겠지만 한 때 이러한 현학적인 접근의 태도로 실제 작품이 더 어려워졌던 장애요인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염려하기도 했다. 때로는 문학의 본질은 접어두고 마치 내 고장 유래의 도구로 알려서 관광용 상품성만 조장하려드는 주장들도 마찬가지이다. 문학 작품은 문자로 채록되기 이전엔 어느 정도 언중(言衆)이 주체일 수 있으며 서민들의 삶과 사고방식 면에서 너무 동떨어져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주변에 잔존하는 민요나 구비전승의 행위나 전통예술, 역사적 사실 등의 '숨은 그림'을 등한시하기 어렵다.


 이글 자체가 수필의 일상적인 성격과는 좀 동떨어진 내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주 편안하게 우리 고전 문학작품의 주변 얘기를 '숨은 그림' 연상과 결부하여 우스개 하는 일상적인 진술방식으로 조금 짚어볼까 한다. 좀 진부한 것 같지만 오래된 얘기라 금방 짐작할 것으로 알고 민요 중에 <천안 삼거리> 예를 들어보면, 삼거리의 비유적 의미를 우리 신체 구조에서 어느 지점에다 지목하고 나면 궁금하던 가사가 다 풀리는 경우가 된다. 즉 능수버들만 가지고는 '휘(축)늘어졌구나. 흥' 까지는 이해될지 몰라도 '성화가 났구나. 흥...'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예전의 '축~'자가 '휘'자로 바꿔 쓰는 것 같지만 자구(字句)만 바꾼다고 민요 전체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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