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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도시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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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성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09 07:39 조회1,5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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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녀/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하루가 시계탑을 따라 저무는 시간이면

중년의 신사,
제 몸보다 작은 옷걸이에 걸린 낡은 양복처럼
쳐진 어깨를 휘적거리며
집으로 향하고,

퇴근길에
저녁 거리를 사러 마켓에 들른 워킹맘,
장볼 거리 적어둔 스마트폰을
회사에 두고 왔음을 깨닫는다.

노을은 도시의 유리 건물들을 오렌지빛으로 서서히 달구는데

젊은이들 몇몇
담배 연기 사이로 머리칼을 휘날리며
손가락 끝에 매달린 남은 하루를 마저 털어 버리려
호프집으로 향하고

부자 아가씨 주인 따라 산책 나온 마르티즈는
버버리 트렌치 코트가 썩 잘 어울리는
다운타운의 저녁 일곱 시 반

들리지 않는 굉음을 내며
매일 한 번씩 제 몸을 돌리는 푸른 별에 사는 우리는
저녁마다 말없이 바다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본다

엷은 어둠이 시스루 휘장처럼 도시를 덮고
두 뺨 움푹 패인 거리의 가수,
낡고 붉은 기타를 들고
닐 다이아몬드를 한껏 부르면

우리의 도시는 어머니의 알처럼
어둠을 뚫고 다시 한 번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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