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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캐나다에서 쓰는 일기] 높고 맑은 하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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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제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16 06:46 조회1,6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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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의 태양>

                   

 조지훈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가시밭길을 넘어 그윽히 웃는 한 송이 꽃은

눈물의 이슬만 받아 핀다 하노니

깊고 거룩한 세상을 우러르기에

삼가 육신의 괴로움도 달게 받으라

 

괴로움에 짐짓 웃을 양이면

슬픔도 오히려 아름다운 것이

고난을 사랑하는 이에게만이

마음 나라의 원광은 떠오르노라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라

 

# 2

 

조지훈 시인의 '마음의 태양'이라는 시를 접하게 되었다.

 

 시를 음미해 보니 정말 조지훈 시인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조지훈 시인은 어쩜 이렇게 시를 잘 쓰셨을까?

 아내는 나보고 시를 써 볼 것을 권유하지만 그건 아내가 나를 너무 과대 평가해서 말하는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윤동주 시인이나 조지훈 시인처럼 훌륭한 시는 쓰지 못할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고 글이 정말 쓰고 싶을 때 일기 식으로 남겼다가 훗날 나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을 회상할 때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3

 

지난 달 8월 계획했던 대로 차를 직접 운전해서 테라스에서 밴쿠버까지 왕복 3천 여 KM의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생각했던 대로 캐나다 땅은 무지무지 큰 땅이었다. 하늘은 높고 맑았으며 자연 경관은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웠다. 특히 릴루엣( lillooet)에서 휘슬러(whistler)로 가는 길은 너무나 황홀하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이래서 내가 캐나다로 오고 싶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 경관과 깨끗한 공기는 나의 몸과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주었다.  

 

# 4

 

밴쿠버에 있는 동안에는 한국에 있을 때 친가족같이 지냈던 나의 천주교 대자 가족 (대자 가족은 작년 12월에 한국에서 밴쿠버로 이주하였다.)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만나 가족만이 느낄 수 있는 정을 흠뻑 나누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말 행복하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를 가족같이 반겨 주며 따뜻한 사랑을 전해 주신 대자 가족들이 벌써 그리워진다. 

 

훗날 다시 만나 따뜻한 가족의 정을 자주 나눌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 5  

 

어느 덧 우리 부부가 캐나다에 온지 2년 반이 훌쩍 지났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하지만 연초에 신청했던 영주권은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진행이 자꾸 지연되고 있다. 조바심이 나기는 하지만 이 모든 성급함과 소심한 감정은 저 높고 맑은 하늘로 다 날려 버리고 하루하루 여유 있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캐나다의 높고 맑은 하늘을, 그리고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축복이란 생각이 든다. 

 

가을이 되면 코로나도 진정되고 영주권도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빨리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음에, 그리고 캐나다의 자연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 6

 

지금은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보다 몸과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이 곳 Canadian들이 우리 부부에게 많은 용기를 심어 주었다.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아내의 권유대로 글도 틈틈이 쓰고 있는 지금의 내 생활에 행복을 느끼며 잘 살고 있다.

 

이제는 큰 욕심 부리지 않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도, 훌륭한 글을 쓰겠다는 욕심도 모두 내려 놓을 것이다. 다만 내공을 더 쌓아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베풀며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라.'

 

 그저 하루하루 무사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작은 일상에 감사드리며 그렇게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

 

오늘도 캐나다의 하늘은 높고 맑고,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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