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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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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28 04:57 조회1,1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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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1p0zIMqu_e4e9a460a3a8473408a398e82aae8c5feac770cd.png김경래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물 한 잔 한다
거푸 들이키다 숨쉬기가 어려울 때
아이들이 물에서 나온다
나의 아들과 딸들이
심해 상어와 마주하고
고기의 배때기를 구경하고
플랑크톤 무리를 뚫고 나가던 그날을
목구멍에 줄줄 흘러드는
수분의 과도 복용으로 꾹꾹 눌러
참고 또 참고 있다
경험하기 전엔 알 수 없는 그 길 앞에
물컵을 동반하고 첨벙 뛰어드는데
고작 삼백 밀리 용량에도
허우적 죽겠다 난리다
태에서 나왔다 하지 말자
우리는 다 물에서 출렁이다 세상에 나왔다
탯줄을 타고 물을 빨던 아이들은
그냥 친근한 물 길로 갔다 하자
세상에 났으니 나도
물 한 잔 하고 있다.

 


겨우 물 한잔에 경험하는 심해다. 머리 꽁지가 잠기고나면 비축해 두었던 산소를 조금씩 뱉어야 한다. 그동안 중력이 의해 발이 수심 아래로 당겨지고, 허덕이던 허파가 산소를 비운 자리에 물을 채운다. 세월호가 쓰러졌을 때, 그 뱃속의 아이들은 밑층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물에 잠겨, 물에서 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입과 코에서 허파로 내장으로 그렇게 흘러 들어갔다  이 모든 일을 알아내는 것은 물에 빠져야 꼭 경험하는 일은 아니다. 바로 물 한잔에 가능한 매일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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