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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 - 4 용암이 만들어낸 스파햇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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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07 17:19 조회1,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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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hats Falls Photo by hanhim


로키기행수필 2020

                                          4 용암이 만들어낸 스파햇 폭포

        심현섭

 

 

캠룹스를 떠나 왕복 2차선 시골길을 1시간 반을 달려서 클리어워터(Clearwater)에 도착했다. 인구 3천명도 안 되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다. 5번 국도에서 웰스그레이 주립공원(Wells Gray Provincial Park)으로 좌회전해서 약 10키로쯤 가면 왼쪽으로 스파햇 폭포(Spahats Falls)가 나온다. 큰길 꺾어지는 코너에 주유소와 편의점을 하던 한국인 부부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 만나기도 힘드니 한국사람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워하곤 했다. 캠룹스에서 대학을 나온 아들이 어느 날부턴가 일을 돕고 있었다. 팀호튼 커피점을 편의점에서 함께 하게 되었다고 좋아하더니 걱정이 생겼다고 한다. 옆에 커다란 주유소가 커다란 편의점과 함께 생겼기 때문이다. 이민 와서 처음부터 이곳 시골로 들어와 10년이 넘도록 장사를 했는데 옆집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옆집 큰 주유소에서 넉넉하게 가격을 처주고 이 집을 사서는 깨끗하게 철거를 시키고 주인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말았다. 여기를 오면 공터가 된 땅을 보면서 그 부부와 아들이 공연히 떠오른다. 아직도 내게는 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로키 관광 코스가 주로 밴프 쪽을 향하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경우도 많지 않고 설령 지나가더라도 스파햇 폭포에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파햇 폭포에 가면 두 번 크게 놀라게 된다. 한번은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깎아지른 붉은 절벽을 보고 놀라고, 다시 전망대로 가면 높이 60미터 절벽 틈 사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약 4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어마어마한 용암이 강물처럼 흘러나와 여기 와서 식어 굳어졌다고 한다. 그 뒤 다시 빙하가 지나가며 굳어진 용암을 깎아내려 그 틈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며 오랜 세월 계곡이 만들어지고 폭포를 이루게 되었다고 안내문이 설명하고 있다.

흘러내리는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지구의 보이지 않는 힘을 느끼게 된다. 지구가 가진 당기는 힘으로 물은 아래로 떨어진다. 물이야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가볍게 여길지 모르지만 소위 중력이 사라지는 순간 저 폭포의 떨어지던 물도 그 자리에서 멈출 것이다. 돌아가던 동영상이 멈추듯이 말이다. 장엄한 절벽과 폭포를 바라보며 새삼 자연의 힘을 느껴 보았다.

 

숨은 비경으로 여기 스파햇 폭포가 감춰져 있다

폭포는 올려다보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예 오니 내려다보는 폭포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이 우리에게 장관을 보여주려고

용암을 뿜어내고, 빙하를 동원해서

이 폭포를 만들어 냈다.

 

자연을 향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감동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오직 감사하는 일뿐이다.

 

자연에는 완성된 작품이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는

이 순간만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밸마운트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40분이었다. 클리어워터를 출발한 지 2시간만이다. 주민 1천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로 고도는 800미터이다. 자스퍼에서 시작하는 로키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리는 마을이다. 모텔들이 즐비하게 있고 먼 산에는 아직 흰 눈이 남아있다. 여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식당과 모텔을 하는 한인들이 꽤 여러 명 된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그대로 나와서 연어를 보러 갔다.

프레이저 강의 최상류에 해당하는 개울인데 폭이 10미터도 채 안 된다. 여기 사는 주민들도 이 개울에서 올라온 연어를 보는 날짜는 정확히 모른다. 태평양에서 프레이저 강을 타고 여기까지 오는 데 약 3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올라서면 아래 위로 넓게 바라볼 수 있다. 바닥에는 자갈이 깔려있고 물 깊이는 무릎 높이 정도이다. 불행하게도 단 한 마리의 연어도 보지 못했다. 날짜가 맞으면 개울에 가득 찬 연어를 보게 된다. 이런 개울의 조건이 연어가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연어는 알라스카 앞 바다를 회유해서 이런 조건을 갖춘 강의 상류로 역류해 올라오는 것이다. 알에서 깨어난 치어는 서서히 강물을 타고 다시 바다로 가서 약 3-4년이 지나면 성어가 되어 태어난 이곳으로 돌아온다. 시간 차이는 있지만 프레이저 강의 모든 지류는 회귀하는 연어들로 가득 차게 된다. 원주민들은 연어를 잡아서 겨울을 난다. 연어철이 끝나면 강물은 텅 비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 눈구덩이에 파묻어 두거나 오크나무를 태워서 그 연기를 쏘여 상하지 않고 장기간 저장해 두고 먹는다. 이것이 나중에 서양인들에 의해 스모크 새먼(Smoke Salmon)으로 상품화된 것이다.

 

개울가에 여러 개의 피크닉 테이블이 있어 우리도 그중 하나에서 삼겹살 구이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거의 700키로의 먼 길을 달려와서 고픈 배를 달래느라 서둘러 준비해 온 음식으로 식사 준비를 했다. 두툼한 생삼겹살이 고기판 위에서 온 숲속에 냄새를 진동시켰다. 삼겹살에는 소주가 제격이다. 

가족 여행은 가족들과 밀착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못 나눈 얘기를 나누고 여행지에서 들뜨고 즐거운 기분을 함께 하다 보면 없던 정도 새록새록 생겨나는 기회가 된다. 지나온 노정과 내일의 로키여행 이야기로 담소를 나누면서 밸마운트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밸마운트에는 무심히 지나가는 여행객들은 전연 알 수 없는 슬픈 사연이 있다.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캐나다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을 결정하고 육해공을 파견한 세 번째 나라가 되었다. 1950년 11월 21일 중부지역에서 훈련을 마친 군인들을 태운 열차가 밸마운트 가까운 곳에서 마주 오던 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21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중 군인이 17명이고 양쪽 기관사가 2명이었고 부상자가 61명 발생했다. 캐나다 열차사고 중에서 최대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름도 모르는 먼 나라의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자원해서 입대하고 훈련을 마친 병사들이 서부 해안으로 이동 중에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캐나다 열차운행을 전면 개혁하고 신호체계를 과학화한 것은 물론이다.

캐나다는 한국전쟁 동안 1950년 7월30일 해군 참전을 시작으로 53년 휴전 시까지 총 26,791명을 파병하고 516명이 전사함으로서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 중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군대를 파병한 나라가 되었다. 열차 충돌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17인의 젊은 병사들의 명복을 빌며 참전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갸륵한 뜻에 감사의 정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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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hats Falls Valley Photo by han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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