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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 - 5 로키에서는 랍슨 산보다 높은 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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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15 12:53 조회1,6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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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기행수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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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로키에서는 랍슨 산보다 높은 산이 없다

                                                                          심현섭

 

    2일 차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커튼을 들추고 창밖을 보았다. 쾌차하게 맑은 하늘을 기대했지만 역시 여기도 산불 연기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날씨는 엷게 흐리고 먼 산은 희미하게 보였다. 

’그래 욕심내지 말고 있는 대로 보자!‘ 모든 여행객은 날씨가 쾌청하기를 바란다. 오는 사람마다 소원을 들어주면 매일 맑은 날이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여기는 비가 안 오는 사막이 되고 말 것이다. 사막이 되고 난 다음에 오는 사람들은 여기는 왜 비가 안 오느냐고 투덜댈 게 분명하다. 세상사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불평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없게 만든다.


    아침 날씨는 영도로 쌀쌀하다. 주유소 앞에 있는 팀호튼에서 드라이브스루로 도넛츠와 커피를 사서 차 안에서 먹고 마시면서 7시 30분에 밸마운트를 떠났다. 어제 왔던 길인데 옐로헤드 하이웨이(Yellowhead Highway)를 타고 자스퍼를 향해 달려간다. 2차선 도로 양옆으로 나무들을 베어내어 시야를 넓게 확보해 준 덕에 멀리 지평선이 보이도록 곧게 뻗은 길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길에서는 도로 옆으로 울타리가 없다. 야생동물들이 설령 길가로 나오더라도 멀리서 보이니 피할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얼마 뒤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고 푯말에 ‘FRASER RIVER’라고 쓰여 있다. 밴쿠버로 흘러가는 강물이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 방향으로 알라스카 하이웨이를 가리키고 있다. 우리는 오른쪽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개울 너머 멀리 오른쪽에 보이는 산이 마운트 테리 팍스(Mount Terry Fox 2650m)인데 거의 백두산 높이 정도 된다. 이 산은 이름이 없다가 팍스가 암으로 사망한 다음 해인 1981년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 명명되었다. 캐나다인들이 영웅이라고 존경하는 테리 팍스는 SFU(Simon Fraser University)에 재학 중 골수암에 걸려 한쪽 다리를 무릎 위에서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절망하던 중에 암 연구를 위해 전 국민 $1씩 기부하는 운동을 위한 캐나다 횡단 ‘희망의 마라톤’을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143일간을 뛰고 대서양 출발지점에서 약 5천키로 떨어진 선더 베이(Thunder Bay)에서 암이 악화되어 쓰러져 중단하고 말았다. 약 1년간 투병 후 뉴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콜럼비아 병원에서 사망하자 전국에 조기가 게양되기도 하였다.

 

    비탈길을 달리면서 내가 말했다. ‘너희가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설산을 잠시 후에 보게 될 거다.’ 멀리 보이는 산이 커봐야 얼마나 클까. 의아해 하는 사이에 차는 언덕길을 올라서서 막 왼쪽으로 방향을 트는 순간, 정말 본 적 없는 장대한 설산이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 마운트 랍슨(Mount Robson)이다. 일 년에 몇 번 보기 힘들다는 정상이 선연하게 모습을 드러내 놓고 우리에게 행운의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산을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한다. 높이는 3954미터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수많은 캐나다 로키 산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 중의 왕이다. 원주민들은 산을 경외하고 어머니처럼 생각한다. 많은 산들의 이름이 원주민들의 말로 어머니를 상징하고 있는 이유이다. 서구인들이 찾아오면서 마침내 랍슨 산 역시 1913년에 최초의 등정 기록을 남겼다. 랍슨 산은 웅장하면서 투박하게 보이는 산이다. 마치 주먹을 쥐고 있는 모양인데 일년 내내 산정에는 눈을 이고 있고 흘러내리는 빙하가 실폭포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힘이 느껴지는 산이다. 지나가는 길에서 바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아주 좋아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랍슨 산은 정상 등반 시 실패율이 높으며 등반 시도의 약 10 %만이 성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산이 4,000m (13,123 피트) 정도이지만 정상까지 쉽게 갈 수 있는 루트가 없고 악천후로 인해 대부분의 정상 등반이 어려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석굴암 금강역사가 주먹을 불끈 쥐고 마주 서 있다.

머리는 하해도 근육은 강건하다.

수천의 로키의 봉우리들을 뒤에 두고 

앞장서서 포효하는 모습이다.

허리띠처럼 두른 

자작나무 작은 잎사귀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천 년 전에도 본 적 없고, 백 년 전에도 본 적 없건만

산천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천년을 변해왔고

다시 백년의 세월을 더하여

그때에 나그네를 위해 또 모습을 바꿀 것이다.

 

산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산이 되는 것은

장구한 지구의 역사 속에서는

한낱 일상에 불과하다. 

 

    산은 높아지고 계곡 물소리는 우렁차게 들리는 데 야생동물이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야생동물의 입장에서는 고속도로 곁에 나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쇳덩어리들이 휙휙 지나가는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그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대상이 분명하다. 그런데 방문자들은 누구나 야생동물들을 보고 싶어 한다. 왜 그럴까. 기다리던 야생동물을 멀리서 만나기라도 하면 누구나 환호하고 열광한다. 무슨 이유일까. 사슴이나 곰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류학자들은 사람의 유전자 속에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사냥꾼의 유전인자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사냥이나 어로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채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수십 만 년을 그렇게 살아온 진화의 흔적이라고 단언한다.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고대의 원시인이라면 오늘 사냥감을 만나야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찾아보자 사냥감을.. 숲속을 헤매고 조금은 높은 언덕에 올라서 멀리 살펴보자. 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고기를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그다지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얼핏 생각하면 편리한 것 같으면서도 뭘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필요한 돈이 없는 사람은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원시인들은 누구나 돈이 없어도 사냥으로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기대와는 달리 길을 달려가며 야생동물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야생동물의 세계라는 로키에서도 행운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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