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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12 로키의 아름다운 산간 마을, 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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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1-10 12:06 조회1,2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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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ff Avenue Alberta

로키기행수필2020

12 로키의 아름다운 산간 마을밴프 


밴프는 로키관광의 중심도시이다. 1885년 캐나다 대륙횡단철도가 개통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1887년 로키산맥 공원법에 의해 공식적으로 캐나다의 첫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당시 캐나다태평양철도회사(Canada Pacific Railway)는 엄청난 공사비를 쏟아 부어 철도를 개설했지만 당장 일으킬 수 있는 수입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로키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밑천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데 착안하였다.

“If we can’t export the scenery, we’ll import the tourist.“

우리가 경치를 수출할 수 없다면관광객을 수입할 것입니다."

CPR의 대표였던 윌리암 밴 혼( William Van Horne 1843-1915)의 유명한 말이다. 19세기 말에 캐나다는 철도 개통과 함께 관광산업에 눈을 뜨고 선구적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이었던 밴프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을 1888년 오픈하였다이것은 유럽의 상류층을 겨냥한 로키관광만이 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 일이다.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중세풍의 중후한 고급 호텔로서 오픈 당시에는 250개의 객실로 출발해서 현재는 객실수 764 레스토랑 12개를 자랑하는 캐나다 최고의 호텔로 자리하고 있다. 1959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캐나다 방문 시 이 호텔에 묵었다.

밴프는 고도 1400m에 위치하는 산중마을로서 인구는 약 8천명(2016)으로 일찍이 공원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완전하게 억제되어 있다모두 5층 이하의 건물들로 구성되고 신축이나 개축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어 10, 20년을 있다가 와서 봐도 그대로 이다밴프에 고층아파트나 거대한 호텔이 새로 들어선다면 하고 가정해 보면 말 그대로 끔찍함을 느끼게 된다시내에서 주위 산은 모두 가려져서 보이지 않고 밀집된 상가와 인구로 장바닥을 이루는 혼잡한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밴프가 오늘날 스위스 풍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초기 캐나다인들의 선견지명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밴프 시내를 걷고 가벼운 쇼핑을 하고나서 우리 일행은 보우 폭포를 찾아갔다보우 폭포는 계단식으로 된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수량이 적을 때는 울퉁불퉁 바위들이 들어나고 수량이 많으면 제법 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이 폭포에서 1954년 개봉한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을 촬영했다고 해서 유명하다마리린 몬로와 로버트 밋첨이 주연했는데 인디언에 쫓겨 도망가다가 뗏목을 타고 보우강을 따라가다 이 폭포에서 스릴 있게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보우 폭포에서는 런들산 옆으로 휘어져 흘러가는 보우강과 주위 풍광이 인상적이다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산책길을 걷다가 시내로 들어가는 다리 아래에서 두 딸들과 만나기로 했다여행은 역시 걷는데서 참다운 맛을 느낄 수 있다숲이 우거진 강변길을 걷고 난 두 사람은 엄지를 세우며 최고의 산책이었다고 감탄했다.

 

원래 일정에는 밴프 곤도라를 타려고 했으나 산불연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흐린 날씨에 주위의 산정은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보이지 않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보았자 구름 속에 묻힌 듯 시야가 없어 실망할 수밖에 없겠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여행에서 다시 올지 말지 모른다 해도 가보지 못한 미련을 남겨두는 것은 훗날을 위해서 유익하다보우강을 건너서 시내로 진입하다 네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숲길을 지나 갑자기 시야가 터지며 오른쪽 방향에 거대한 중세시대 성이 나타난다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고 해서 써프라이징 코너라고 한다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다보는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참으로 장엄하고 아름답다저녁 무렵 방마다 불이 밝혀지고 뒷산에 눈이라도 하얗게 쌓인다면 어떤 풍광 못지 않은 감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건물은 위치다.’라는 말이 실감난다같은 건물이라도 어떤 장소에 자리 잡고 앉느냐에 따라서 건물의 이미지와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만든다.

전망대를 돌아 산길로 오르다가 길이 막혔다코로나 19로 통행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길 가운데 버티고 있다후두스(HooDoos)를 보러가려던 참이었다후두스는 사암이 오랜 풍화작용으로 기둥 모양으로 서 있는 것을 말한다크고 작은 후두스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무표정한 사람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이곳 원주민들은 후두스가 낮선 여행자들에게 밤에 돌을 던지는 거인이라고 여겼다고 한다후두스를 볼 수 있는 이곳 전망대는 밴프에서 원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세 곳 중에 하나다다른 하나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설파산 정상이고또 다른 하나는 버밀리온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1번 도로 옆에 있는 전망대이다세 곳에서 보는 풍광이 다 다른데 후두스를 보는 전망대에서는 멀리 밴프 스프링슨 호텔이 아득하게 보이면서 보우강이 숲 사이로 굽이굽이 휘어져 유연하게 흐르는 모양을 볼 수 있고 바로 앞에 펼쳐진 런들 산을 가까이 볼 수 있다놓칠 수 없는 포인트인데 이번에는 못 갔다.

 

밴프 시내는 중앙에 난 길을 밴프 애비뉴(Banff Ave.)라고 하고 옆에 길들을 모두 동물들의 이름으로 붙였다울프 스트리트비버 스트리트카리부스그리즐리엘크 하는 식이다중앙로를 따라서 가다보면 다시 1번 고속도로를 만난다고속도로를 밑으로 지나가면 눈앞에 캐스케이드 산이 떡하니 가로 막고 서있다회색빛이 장엄하게 근육질의 바위를 뒤덮고 고개를 들어야 산꼭대기를 볼 수 있다산정 가까운 곳으로부터 길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직선으로 흘러내린다눈 녹은 물이 일 년 내내 흐르는데 겨울에는 멈춘다이 실폭포로 인해서 산 이름이 실폭포를 의미하는 캐스캐이드(Cascade Mountain)가 된 것이다.

삼거리를 만나면 우회전해서 초원을 지나고 숲길을 달리다가 조그만 언덕 위에 올라서면 작은 호수를 만난다투잭 호수(Two Jack Lake)이다청록색의 물빛이 흐리다 진하다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인다작은 호수이지만 주위 경치가 여간 아니다호수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멀리 런들 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서 있는 게 보인다같은 산도 이리 보고 저리 보는 데 따라서 모습을 달리한다눈길을 뒤로 돌리면 캐스케이드 산이 우람하게 바짝 다가와 서 있는 게 보인다.

땅 가운데 물이 고여 있으면 호수라고 생각하기 쉽다더구나 우리가 아름다운 호수라고 말하려면 물만 가지고는 얘기가 안 된다넓은 평원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은 호수라기보다는 저수지라고 보아야 한다아름다운 호수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이 호수 주위의 경관이 좋아야 한다다양하게 경관이 아름다울수록 호수도 아름다움을 더한다호수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경관이다경관과 호수가 잘 어울려질 때 우리는 호수가 아름답다고 말한다투잭 호수는 널리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제법 볼만한 호수라고 생각한다.

길을 더 올라가다가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갑자기 넓은 호수를 만나게 된다왼쪽 숲속은 산양들의 보금자리인데 오늘은 자취가 없다야생동물들의 출몰은 짐작하기가 어렵다여기가 나코다 원주민들이 영혼의 물(Water of Spirit)‘이라고 말하는 미네완카 호수(Minnewanka Lake)이다뚝길을 달리면서 보이는 것은 호수의 일부이지만 길이가 28km, 깊이는 142m 로 로키에서 두 번째로 길고 큰 호수이며 이 호수에서는 모터보트가 운영되고 있다밴프 국립공원에 있는 모든 호수에서는 모터보트를 탈 수 없게 되어 있다유람선을 타고 1시간 정도 관광할 수 있는데 원주민들은 약 1만 년 전부터 호수 주변에서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둠 속을 뚫고 숙소인 캐슬 마운튼 샬레에 도착한 후 식사를 마치고 와인 잔을 들고 앞마당으로 나갔다마당 한 가운데 캠프 화이어를 할 수 있도록 화덕을 만들어 놓고 나무의자도 여럿을 둘러놓았다막내가 불을 피워본 경험이 없다고 불 피우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맨 처음에 신문지나 종이를 꾸겨서 놓고 불쏘시개를 그 위에 엉성하게 올려놓는다불쏘시개는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마르고 가는 나무를 말하는데 실패하지 않도록 조금 넉넉하게 올려놓는다그런 다음 통나무 장작을 그 위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놓는데 마른 것은 아래로 약간 덜 마른 것이 있으면 맨 위에 놓아야 한다지름이 한 뼘쯤 되는 나무를 열십자로 쪼갠 굵은 장작이다 보니 불이 붙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미리 샬레에서 준비해둔 것이라 성냥불로 종이에 붙이니 생각 외로 잘 타올랐다굵은 장작은 처음에 불이 붙기 어려워도 한번 불이 붙고 나면 꽤 오랜 시간을 탄다더러는 불씨를 잘 살리기 위해 입김을 불어대며 얼굴이 벌게졌다둘러앉아 와인 잔을 어둠 속으로 높이 들고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위해 건배했다또 누군가가 두 번째 잔을 높이 들고 코로나로 고생하는 세계인들을 위해 건배를 외쳤다그런 뒤에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조용조용 박인희의 모닥불이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모닥불을 피워 놓으면 이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여럿이 합창하기도 쉽고 가사가 주는 감성이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이라고 했으니 인생무상을 노래하면서도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라고 맺으며 그래도 우리들의 삶은 계속 된다고 했다인생이 무엇이 되었든어디를 향해 가고 있든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그리하여 와인을 한 잔 더 마실 수 있는 핑계가 생겨났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뿜어내는 강한 자력에 이끌려서 로키의 산간에 와서 캐빈 앞에 장작불을 지피고 둘러앉았으니 이 순간 우리 가족들의 구성원은 순박한 야생의 본성에 사로잡힌다여기는 특별한 도덕이나 철학사상이 필요하지 않다세속의 출세와 성공이나 부와 권세도 장작불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것이다불빛이 비쳐서 얼굴들은 모두 불그레하다.

 

막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아빠는 인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인생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던 젊은이가 오직 평생을 이 문제에만 매달리다가 결국은 답을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었다설령 죽기 직전에 겨우 알았다 하더라도 동쪽으로 가면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출발도 못해 보고 죽는 것과 같다인생이 무엇이냐는 것은 말 속에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인생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하루하루의 삶 속에 인생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인생은 모닥불이고 삶은 달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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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ff Springs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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