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우리는 일상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을 발견하는데도 정작 무관심해도 될 일에 신경 쓰느라 중요한 그것을 놓치는 실수를 범한다. 시간이 지나고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깨닫고 억울해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처럼 변화가 많을 때는 매의 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매처럼 높이 날아서 땅의 작은 것까지 면밀히 훑어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재빠르게 낚을 줄 아는 예리한 지혜가 필요하다.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작은 관심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하고 기쁨을 선물한다. 무심하게 서 있는 나무 아래에서 놀던 파브르도 땅 위를 부지런히 오고 가는 곤충들을 관심 있게 보았기에 오늘날 곤충학자라 불리지 않는가. 언젠가는 누군가의 집요한 관심이 강가에 나부끼는 갈대들의 속삭임과 편대로 하늘을 나는 철새들이 내지르는 함성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한 것이 유독 자신에게는 보물로 비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모두가 잠든 세상에서 살며시 빠져나와 설렘 끝에 북극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산모퉁이를 굽이굽이 돌아 산타클로스를 만나러 가는 것만큼이나 가슴 뭉클한 일이다. 그 느낌은 오로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고 그와 같은 보물을 가진 이는 그래서 즐겁고 유쾌할 수밖에 없다. 부와 행운의 상징인 로또를 샀는데 그것이 당첨되어 굴러들어온 돈으로 과연 부를 누리게 될지 또는 그 사람이 살아가며 행운을 누리게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굴레가 된다면 그것은 더는 그 사람에게 보물이 아니다. 보물이란 저 깊은 가슴 속에 묻어 놓아 언제든 자신이 필요로 할 때 꺼내어 보며 행복에 겨워 웃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 마리의 고양이는 내가 발견한 보물이다. 처음에는 전혀 보물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눈을 마주치고 귀를 기울이며 그들이 내게 거는 말들과 행동을 보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몸짓으로 욕구를 나타내고 희로애락을 표현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내게 기쁨과 행복 그리고 성실과 참을성을 알게 해주었다. 땅콩이를 기르며 그 소중함을 알게 되어 보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두 번째 보물을 원했다. 네로는 성묘여도 몸집이 아기처럼 작다. 땅콩이가 구 개월 무렵 칠 주 된 네로와 만났는데 그들은 모녀처럼 서로를 사랑했다. 그리고 네로가 한 살 때 길고양이 미오를 보물로 발견했다. 작은 집에 사는 내게 세 번째 보물은 벅찼으나 불필요한 물건을 없애고 제 발로 온 미오를 보물로 받아들였다. 수의사는 중성화 수술을 이미 마친 집 잃은 새끼 고양이라고 했다. 처음에 미오는 따돌림을 당했지만, 이제는 잘 지내고 있다. 어쩌다 치고 받고 싸우면 먼저 때린 아이를 붙들고 타이른다. 고양이는 세 살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고 하던데 금방 알아듣고는 서운하다고 내게 으르렁거린다. 땅콩이는 첫째로서 사랑을 많이 받아 질투가 많다. 네로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다. 미오는 수줍고 겁이 많다. 땅콩이와 네로는 항상 같이 있는데 늘 혼자인 미오가 안쓰러워 나는 자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그러면 미오는 알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며 애잔한 눈빛을 한다. 집 안 곳곳에 쉴 곳을 마련해 놓았는데 셋은 돌아가며 양보를 잘한다. 그들은 서로 정과 사랑을 나누며 열심히 살고 있다. 이따금 서운함을 토로하고 무서움과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나타낸다. 조용하고 깨끗하며 욕심이 없고 영민하다. 부지런하고 항상 몸을 깨끗이 하고 조금씩 먹으며 자주 몸을 움직인다. 묵묵히 창밖의 자연을 보는 눈빛에 평화가 깃들고 이따금 놀러 오는 이웃집의 개들과 나무를 오르는 다람쥐나 각기 다른 종류의 새들을 대하는 눈빛에 경이로움이 피어오른다. 세상에 숨겨진 보물은 수없이 많다. 자신만의 진정한 보물을 발견하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어쩌면 자신의 바로 옆에 있는 보물을 그냥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 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